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확대를 유예하고, 제도 실효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제도 시행 1년 반이 지났지만 중대재해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기소가 중소기업에만 집중되면서 기업경영 발목을 잡는다는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중소기업계는 현장의 준비 미비를 들어 적용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적용 유예를 위한 법안 개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예방지도보다 처벌에 집중하는 고용노동부 경향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원청과 하청의 구분과 같이 법안에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해석이 횡행하고, 대기업보다 산재예방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기업에만 기소가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범죄 성립요건 입증이 빈약함에도 여론을 의식한 집행유예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예측 가능성이 부족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내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소기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안전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역시 제도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 1년 사이 사망사고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중대재해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결과 발생 사이 인과관계 성립 등의 쟁점으로 위헌성 문제가 제기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최 변호사는 “당초 중대재해처벌법은 다수 사업장을 운영하는 50인 이상 법인을 상정해 제정된 법률”이라면서 “50인 미만 영세업체는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충실히 하도록 유도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