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했지만 기부금은 25%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고액을 기록했고, 현대차·기아는 증가폭이 가장 컸다.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기부금액을 공시한 264개 기업의 기부금 내역 및 실적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은 총 1조418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342억원) 대비 2844억원(25.1%)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3조37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조8225억원)보다 31.3% 감소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1887조8197억원에서 올해 1802조8126억원으로 4.5% 줄었다.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에서도 기부금 출연은 전년보다 크게 늘린 셈이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까지 총 1796억원을 기부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1362억원), 한국전력공사(1185억원), 하나은행(745억원), 기아(736억원), LG생활건강(60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에도 올해 누적 기부금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기부금 대부분이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출연금으로 고정비 성격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부금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현대차·기아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부금이 1362억원으로 전년 동기(487억원) 대비 179.9%나 증가했다. 2위인 기아도 같은 기간 누적 기부금이 736억원으로 전년 동기(158억원) 대비 578억원(365.9%)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기부금이 급증한 것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4% 증가했고, 기아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9조1421억원으로 98.4% 가량 급증했다.
이어 하나은행(257.0%), HMM(1712.9%), 대한항공(232.5%), KT(91.5%) 등도 지난해보다 기부금 지원규모를 늘렸다.
올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교보생명으로 나타났다. 3분기까지 교보생명의 누적 기부금은 16억원으로 전년 동기(455억원) 대비 96.5%나 급감했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은 매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 직전년도 세무상 이익의 일부분(상장사 0.5%·비상장사 0.25%)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세무상 이익이 급감하면서 기부금 규모도 큰 폭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한파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삼성전자(-19.4%), SK하이닉스(-27.3%)도 올해 기부금 지원을 줄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