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했다가 국내 복귀하는 '리쇼어링' 기업이 국내에만 사업장을 둔 유사 규모 기업에 비해 투자액 대비 고용창출 효과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급망 안정화, 제조업 경쟁력 유지, 고용촉진을 위해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일 게 아니라 생산을 국내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정성훈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리쇼어링 기업의 특징과 투자의 결정요인'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KDI는 리쇼어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2011~2019년 9년동안 존속한 국내 다국적 제조기업 1200개로 대상으로 통계 분석을 했다. 다국적 기업의 투자 유형을 △확장(국내·외 모두 투자) △오프쇼어링(국내 투자 회수·유보, 해외만 투자) △리쇼어링(해외 투자 회수·유보, 국내만 투자) △유보·축소(국내·외 투자 회수·유보) 등 4가지로 분류했다.
정 위원은 “국내 1200개 다국적 제조기업 중 약 24%가 리쇼어링에 해당하는 투자를 시행한 바 있다”면서 “이들 중 40%가량은 몇 년 후 다시 리쇼어링을 시행했고 약 30%는 유보·축소형 투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중장기적 경쟁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리쇼어링 기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노동집약적이며, 생산성이 낮고 해외 생산 경험도 부족해 향후 해외투자 확대 가능성이 작다”면서 “경제 기여도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리쇼어링의 결과, 해당 기업들의 고용은 연평균 약 2.3%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의 순투자액 대비 순고용은 10억원당 1.17명으로 확장형 기업(1.32명)이나 순수 국내기업(2.48명)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위원은 “다국적 기업의 투자 유형 선택과 가장 연관성이 큰 외부 요인은 국내와 해외 노동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결국 높은 국내 노동비용이 리쇼어링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망 안정화, 제조업 경쟁력 유지, 고용촉진 등의 정책 목적은 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회귀 즉 '리쇼어링'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 “과도한 생산의 국제화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그 해결책은 생산의 국내화이지 기업의 국내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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