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새 수장으로 '배터리 전문가'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선임하면서 대대적인 새진용 꾸리기에 나섰다. 신임 대표이사와 함께 C레벨 및 주요 사업부장을 모두 바꿔,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이차전지 시황을 돌파하고,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파격 인사란 풀이다.
◇ 김동명 신임 CEO '공격 경영'
22일 이사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김동명 사장은 정통 배터리맨이다. 1998년 LG화학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 전반을 거친 전문가다. 2014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 핵심 사업부문 맡아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 추진에 있어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김동명 사장은 R&D부터 시작해서 주요 보직들을 거친 오리지널 배터리맨”이라며 “공격적이면서도 동시에 포용력을 갖춰 리더십을 인정 받고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선임 배경으로 리더십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를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배터리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 전문성, 창의적 융합을 이끌 젊은 리더십을 보유한 김 사장이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C레벨·사업부장 전면 교체…그룹서 전략기획도 보강
김동명 사장 선임과 함께 주요 경영진들도 새롭게 진용이 짜였다.
기존 김 사장이 담당하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은 현재 소형전지사업부장인 서원준 부사장이 맡는다. 소형전지사업부장에는 오유성 자동차전지사업부 마케팅센터장이 전무로 승진하며 이동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부장은 김형식 전략제휴담당 상무가 담당한다.
C레벨도 변화를 줬다. 김제영 Cell선행개발센터장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신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됐다. 최고생산책임자(CPO)는 손창완 소형전지사업부 생산센터장 전무가 새로 맡는다. 최고품질책임자(CQO) 김수령 부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창실 부사장은 유임됐다. 다만 이 부사장이 겸직하던 최고전략책임자(CSO)직이 분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주사인 (주)LG 화학팀장을 맡고 있는 강창범 전무가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센터장도 변화가 있다. 최승돈 자동차전지 개발센터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구매센터장은 이강열 셀·팩구매총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맡는다. 소형전지 생산센터장으로는 김정수 LGESNJ 법인장이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과 함께 60년대 초반 임원들이 대거 은퇴하고 신임 대표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사업부장과 센터장들이 대거 전면에 나서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전기차 둔화' 파고 넘을까
LG에너지솔루션 인사와 조직개편은 전기차 시장 둔화를 돌파하기 위한 의도가 짙다. 전기차 영향으로 빠르게 증가하던 이차전지 산업은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내년 성장률이 올해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철회하고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생산직원을 감원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혈투가 계속되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공급망 재편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은 배터리 분야 전문성을 살려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이사회에서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4명, 상무 신규선임 18명, 수석연구위원(상무) 신규선임 1명을 포함한 총 24명의 임원 승진안을 의결했다. 승진 규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지난해 29명 대비 소폭 축소됐다.
44년간 LG그룹에 몸담으며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통신, 에너지솔루션 등 주력 사업을 이끌어온 권영수 부회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났다.
권 부회장은 “내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것이며 LG에너지솔루션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래에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발 빠른 실행력을 갖춘 젊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신임 대표가 LG에너지솔루션이 30년을 거쳐 쌓아온 도전과 혁신 역량, 성과를 밑거름 삼아 더 큰 도약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