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이 상당한 데도 숙박업소는 각 방에 설치된 TV마다 전부 수신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영업제한이 있던 시기에도 전체 객실을 기준으로 TV 수신료가 부과됐습니다. 설치 대수에 따라 수신료 구간을 도입하거나 사업체별로 1대 수신료만 징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3일 열린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에서 제기된 대표적인 골목규제 사례다. 정경재 숙박업중앙회장은 이날 현행 텔레비전 수상기 수신료 부과기준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영세 숙박업소의 경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코로나19는 물론 경기악화로 인해 숙박업소 피해가 커진 만큼 하루빨리 소상공인을 어렵게 하는 골목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국민참여단에게 불편을 호소했다. 국민참여단 106명이 규제 개선을 찬성했다.
이날 열린 행사는 중기부가 지난 5월부터 개최하고 있는 '규제뽀개기' 행사 일환이다. 국민참여단 150명이 참여해 현장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가 실제 규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찬·반 투표를 통해 가린다. 규제개선 필요성에 대해 찬성을 받은 과제는 관계부처와 지속 협의해 개선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골목상권과 관련된 불합리한 규제로 숙박업소, 정육점, 편의점 등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했다.
영세 정육점에서 곰탕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품을 팔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식육가공품 판매를 위해서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으로 신고하는 것은 물론 26.4㎡ 이상 면적의 영업장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미 돈까스나 양념육을 면적 제한 없이 판매하는 상황에서 정작 곰탕은 가게 면적이 작다고 판매를 금지하는 게 부당하다는 문제제기다. 총 94명이 찬성했고, 51명은 반대했다.
24시간 편의점이 아닌 동네 슈퍼에서도 안전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는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었다. 총 131명이 찬성했다.
현행 약사법은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배탈약이나 두통약 같은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한 등록을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에만 허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도서지역이나 시골 슈퍼마켓 등에서는 판매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최근 도심지역에서도 최저임금, 전기료 인상 등으로 24시간 운영 점포가 줄고 있는 만큼 기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소상공인의 심정으로 영업장 운영에 부담이 되는 불합리한 골목규제를 마지막 하나까지 해결해 나갈 것”이라면서 “소상공인이 우리 사회·경제의 튼튼한 허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소상공인의 혁신을 가로막고 생존을 위협하는 '규제를 위한 규제'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혁할 수 있도록 중기부와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