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번지 점프대에 선 기업에 신박한 혁신을 묻다

한국의 기업 조직문화는 한 마디로 '동상이몽'이다. 직원들과 경영진은 서로 네 탓하며 뒷담화에 여념이 없다. 소통과 창의성을 논하는 건 사치다. 그래도 회사가 굴러가는 걸 보면 참 희한하다.

신작 '토렴 사회를 꿈꾸며-공감 공정 공유의 창조적 하모니'(불난서가)는 콘크리트 조직 문화에 갇혀 버린 한국 기업들을 번지점프대에 선 위태로운 조직으로 규정한다. 스스로 업무를 찾지 않는 '무기력증'과 아이디어가 없는 '무뇌증', 그리고 물어도 답이 없는 '실어증'이 조직 문화를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 조창원은 중앙집권적 상명하달식 조직 체계라는 식상한 지적질에 그치지 않는다. 근본적 본질을 파헤치고 구체적인 가치 경영의 해법까지 제시한다.

원래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 실종된 원인을 진단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세계관을 모색하는 담론서를 표방한다. 시대정신을 논하는 주요 가치 잣대로 삼공(공감 공정 공유)을 제시한다. 이러한 삼공원리를 기업 경영과 조직문화에 접목하는 작업으로 확장한다. 경영학 박사이자 오랜 기간 경제 분야를 취재한 저널리스트였기에 가능한 시도다.

저자가 제시하는 조직문화 핵심 키워드는 '3R'이다. 역할(Role)과 책임(Responsibility)에 인정(Recognition)을 추가해 '3R'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회사를 오래 다녀본 사람들은 안다. 역할과 책임(R&R)이라는 말을 귀가 아플 만큼 듣는다. 월급쟁이에게 역할과 책임은 당연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수동적이고 귀찮음으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동기부여 없이 위에서 일방적으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경영의 화두인 가치와 협업이 조직문화에 뿌리내리려면 R&R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가치와 협력을 받아들이려는 '인정'을 조직 문화의 중축으로 삼을 것을 권한다. R&R의 시대와 결별하고 3R의 시대로 나아가는 결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3R이 조직문화에 바로 서면 공감 경영, 공정 경영, 공유 경영이 쌩쌩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가치 경영이 기업을 어떻게 초일류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지 상세하게 풀어낸다. 스마트한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꿈꾸는 기업가와 임직원들에게 지혜의 샘물이 되어 줄 책이다.

토렴 사회를 꿈꾸며 / 조창원 씀 / 불난서가 / 1만8500원
토렴 사회를 꿈꾸며 / 조창원 씀 / 불난서가 / 1만8500원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