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부품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연쇄 교체했다. 자재 가격 상승, 완성품 시장 침체 등 속에서 새 돌파구를 찾으라는 주문이다. 동시에 과감한 세대교체로 출범 5년이 지난 구광모호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LG그룹은 23일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신임 대표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과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를 권영수 부회장에서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사장으로 교체한 것에 이어진 부품 계열 최고경영진 인사다.
24일까지 진행되는 LG그룹 인사 초점은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부품 부문 계열사에 집중됐다.
나머지 계열사는 대부분 대표이사가 유임되는 분위기다. (주)LG는 23일 권봉석 대표이사 부회장을 유임하고 박준성 ESG팀장 부사장 승진을 포함해 총 5명의 소폭 인사를 단행했다. LG생활건강 인사도 전무 승진 3명, 신규임원 선임 7명에 그쳤다. 같은 날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도 이사회에서 유임이 결정됐다. 24일 이어질 LG전자 인사에서도 조주완 CEO 사장의 유임이 예상된다.
LG가 부품 계열사 최고경영진을 전면 교체한 것 제조업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내실을 다지고 변수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내년 성장률이 올해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철회하고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생산직원을 감원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도 코로나19 이후 TV시장에 불어닥친 수요감소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2조64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LG이노텍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체 매출의 75% 가량이 매출이 애플에 집중됐다. 업계는 내년 북미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중국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저항 등으로 LG이노텍의 실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대교체 인사도 두드러졌다. 전날 인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어온 44년 정통 'LG맨' 권영수 전 부회장이 12세 차이 나는 김동명 대표(1969년생)로 바뀐 것은 파격적인 세대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LG이노텍 새 CEO로 선임된 문 부사장도 1970년생이다. LG 측은 문 부사장에 관해 '미래 준비를 성공적으로 이끌 준비된 CEO'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새롭게 대표이사를 맡게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세대교체와 전문가 발탁이라는 키워드가 읽힌다”라며 “현업에서 오랜기간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던 만큼 내년 업황에 발빠른 대응력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