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러한 신기술·신산업 못지않게 가장 전통적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 부문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OECD가 농업 부문에 지속적으로 리포트를 내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인구 증가율이 농업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은 것이다. OECD 연구자료에 따르면 최근 농업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2.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인구는 매년 8000만명 증가해 연평균 3%를 웃도는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 증가는 여러 개도국의 인구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향후 10년간 세계 인구 증가의 95%는 개발도상국에서 유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추세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25년 세계 인구 81억명 중 67억명이 개도국 인구에 해당하며, 이는 세계 인구의 82.7%를 차지한다. 개도국 국가의 인구 급증은 국제적 농산물 수급 문제에 가장 직접적 요인으로 꼽힌다.
농산물 소비 패턴 변화는 인구 증가에 따른 소비총량 증가뿐만 아니라 식습관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아시아 지역 개도국을 중심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이들 지역의 식습관이 변했다. 기존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증가했다. 아직 저개발국가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선진국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향후 10년간 연평균 1.4%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상에서 설명한 농산물 수요 측면 변화는 자연스럽게 농산물 생산 부문에도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곡물 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적으로 식습관이 곡물을 통한 탄수화물 섭취에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로 변함에 따라 곡물 생산자 역시 식용보다는 옥수수·오일작물과 같은 사료 목적으로 곡물을 재배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추가로 늘어날 곡물 소비 중 70%가 사료용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연료용 작물의 경우 국제 유가 수준의 하락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두되는 현상이 농산물의 수요국과 공급국이 구분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수의 수출국가가 공급을 담당하고, 다수의 수입국가가 이를 수요하는 형태로 진화되고 있다.
OECD는 현재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24년께 미국은 돈육 부문에서 세계 수출 점유율의 32%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설탕·닭고기·쇠고기 부문에서 각각 50%, 31%, 20% 수준의 세계 수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낙농품의 경우 뉴질랜드가 버터는 48%, 전지분유는 56% 수준에서 세계 수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농산물 소비 총량 증가와 농업 부문 국제적 분업화로 많은 국가가 향후 필요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을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사회가 식량 수급에 어려움이 유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식량 안보 문제까지 우려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스마트팜에 주목해야 할 이유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농업종사자 수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식자재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걱정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구조적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때가 됐다. 사람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농업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기존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품목의 수입대체를 도모할 때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