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점차 내려가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겨울이 가까워지면 어김없는 존재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금속 물체나 타인과 접촉할 때 찌릿함을 느끼하게 하는 정전기가 바로 그 존재다. 순간의 찌릿함은 곧 불쾌함으로 다가오고 누군가에게는 겨울철 추위보다 더 피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불쾌한 존재가 최근 급성장한 우주산업과 함께 문제로 떠오르는 '우주쓰레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전기는 통상 흐르는 상태의 전기가 아닌 머물러 있는 상태의 전기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뤄져 있는데 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물체의 평상시 상태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갖는 전기의 양은 같지만, 물체 간 마찰이 생기면 전자는 다른 물체로 쉽게 이동하는 성질을 갖는다. 이로 인해 전자를 잃은 물질은 양(+)전하를, 전자를 얻은 물질은 음(-)전하를 띠는 대전현상 혹은 마찰전기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두 물체 간 전기 에너지 차이로 이어지면서 +전하와 -전하가 서로 당기는 정전기 현상으로 이어진다.
인체의 경우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부도체)와 마찰시 전하가 쌓이게 되며, 전도체와 접촉 시 전위차가 발생하면서 쌓였던 전하가 이동하는 것이 우리가 느끼는 정전기다. 이때 발생하는 순간 전압은 2000~5000볼트(V)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지만, 찌릿한 느낌에만 그치는 이유는 실제 전자가 이동하는 시간은 수만분의 1초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쾌한 정전기는 미래산업을 위한 원천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구 대기권을 넘어 우주를 무대로 한 세계 각국의 우주산업 경쟁에서 정전기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연구진은 최근 전기적인 힘으로 만든 정전기 끈을 이용해 버려진 위성 등 우주쓰레기를 견인, 안전한 곳에서 폐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 저궤도 내 위성 발사가 활발해지면서 이로 인한 우주쓰레기 문제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위성 발사 시 발생한 잔해를 비롯해 사용 목적과 수명이 종료된 위성 등을 통칭하는 우주쓰레기는 지름 10㎝ 이상 크기만 되더라도 다른 위성이나 우주발사체와 충돌 시 큰 위험요인이 된다.
현재 지구 저궤도 내 이러한 우주쓰레기는 약 3만4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우주산업 활성화에 따라 이 규모는 더욱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기술계는 우주쓰레기 제거를 위해 그동안 거대한 그물이나 작살, 물리적 도킹 시스템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으나 물리적인 접촉에 따른 추가적인 손상이 필연적이라는 점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볼더대 연구진은 차선책으로 물체 간 전기 에너지 차이로 인해 +전하와 -전하가 서로 당기는 정전기 현상에 주목하고 정전기를 활용한 견인광선 제작에 들어갔다.
연구진은 +전하를 띠는 견인광선이 우주쓰레기에 명중하면 -전하를 동시에 생성하도록 해 소로 다른 성질의 전하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즉 견인광선을 쏘는 위성이 +전하를, 우주쓰레기는 -전하를 띠게 되면서 서로 다른 성질의 전하를 끌어당기는 효과로 우주쓰레기를 견인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하는 견인광선 사거리는 최대 27m로 수톤에 달하는 물체도 당길 수 있는 견인력을 갖는다. 연구진은 견인용 위성이 우주쓰레기를 지구로부터 멀리 벗어난 곳으로 견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그동안 제시됐던 포획용 그물 등과 달리 우주쓰레기에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우주쓰레기를 향해 여러 번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한계가 있다. 현재 연구진이 개발 중인 기술은 우주쓰레기를 견인한 채 최대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약 320㎞ 정도에 그친다. 정전기 견인광선을 상용화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돼야 하는 점도 숙제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운용 비용을 낮추는 방안과 함께 견인 거리 등 성능을 끌어올린 기술 고도화를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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