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전력구매계약(PPA) 체결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PPA 확산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의 PPA 계약체결 건수는 총 15건이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35.7㎿다. 구체적으로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는 7건(16㎿), 전기사용자와 발전사업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직접 PPA는 8건(19.7㎿)이다. 기업이 PPA 계약 후 사후 통보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최근의 계약 건은 반영되지 않았다.
PPA는 전기사용자와 발전사업자가 정해진 계약기간 동안 사전에 협의한 가격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력시장 내에서 단일 전기공급사업자인 한전이 제공하는 전기만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한해 2021년 6월 '제3자 PPA'를 허용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직접 PPA' 제도를 시행하면서 PPA 제도를 마련했다.
초기엔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와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10곳이 넘는 기업이 PPA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본격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은 PPA 최대 수요처다. RE100 대응이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다수 기업이 PPA를 주요 대응 수단으로 삼았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 23일 현대건설과 2025년까지 울산공장에 태양광 재생에너지 64㎿ 규모로 조달하기 위한 PPA 계약을 맺었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 SK실트론 등 9개 계열사와 SK E&S가 재생에너지 직접 PPA를 위한 거래협정서를 체결했다. 2026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인 연 537기가와트시(GWh)를 PPA로 공급받는다.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약 408㎿에 이른다.
전력거래소가 지난해 12월 한국RE100협의체에 의뢰해 '직접PPA 활성화를 위한 국내 RE100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164개 기업 가운데 27.4%가 직접PPA제도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22.0%, 자체건설 17.1%, 녹색프리미엄 16.5%, 지분투자 12.8%, 제3자PPA 1.8% 순으로 선호했다.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 또한 PP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RE100 이행기업은 재생에너지 전력의 35%를 PPA로 조달했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PPA 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워낙 낮아 기업 입장에서는 (PPA 체결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PPA에 대해 기업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향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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