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m 높이에 원뿔 형태로 솟은 건물은 마치 공항 관제탑을 연상시킨다. 지난달 24일 독일 라이프치히에 자리한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3세대로 진화한 '파나메라'를 가장 먼저 만나보기 위해서다.
포르쉐는 미래를 향한 기술 혁신과 도전을 보여주는 신형 파나메라를 소개하기 위해 글로벌 미디어를 이곳으로 초청했다. 출시 전 미리 본 신형 파나메라는 더 강력해진 E-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고성능 서스펜션 시스템, 완성도를 높인 디자인과 디지털 기능 개선 등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스포츠카 스펙트럼으로 흡수하려는 포르쉐의 똑똑한 전략이 돋보였다.
이날 위장막을 씌운 신형 파나메라를 직접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포르쉐가 개발해 파나메라에 처음 채택한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의 성능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E-하이브리드 모델 옵션으로 제공하는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은 필요에 따라 볼륨 플로우를 생성, 차체와 휠 사이 힘을 빠르고 정밀하게 축적해 노면 충격을 줄이는 장비다.
일반적인 차량은 급작스러운 가속이나 제동 시 차체가 앞뒤로 쏠린다. 하지만 신형 파나메라는 액티브 라이드 서스페션 덕분에 항상 수평 자세로 유지한다.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휠 하중을 균형적으로 배분한다. 강력한 스포츠카 성향을 지닌 포르쉐를 타면서 럭셔리 세단을 넘어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시승을 도운 파나메라 엔지니어는 “코너링 시 커브 방향에 따라 몸을 숙이는 모터사이클 운전자처럼 가속 시에는 앞쪽, 감속 시에는 뒤쪽을 끌어내린다”며 “정차 시 편안한 승하차 높이로 조절하는 기능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포르쉐는 신형 파나메라에 총 4종의 E-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새 파워트레인 핵심은 4.0ℓ V8 터보 엔진이다. 190마력 전기 모터를 포함해 총 680마력의 출력, 94.9㎏·m의 토크를 발휘한다. 새로 설계한 8단 PDK 듀얼 클러치 변속기 하우징에 전기 모터를 통합했다.
시승차는 테스트 단계인 위장막 차량으로 시승 당시 정확한 스펙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강력한 힘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터보 E-하이브리드 모델 기준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 시간은 3.2초, 최고속도는 315㎞/h에 달한다. 25.9㎾h로 늘어난 배터리 용량으로, 유럽 WLTP 기준 최대 91㎞, 도심 주행 시 83~93㎞를 전기로 달릴 수 있다.
포르쉐는 신형 파나메라 내외관 디자인도 취재진에게 먼저 공개했다. 신형 파나메라는 5m가 넘는 전장에 더 날렵한 인상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주행 경험을 풍성하게 만든다. 10.9인치 화면은 차량 성능 데이터 표시뿐 아니라 주행 중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해 비디오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파나메라 인포테인먼트 담당자는 “마이 포르쉐 앱의 차량 기능을 애플 카플레이에 통합해 디지털 기능을 최적화하고 메뉴 카테고리를 구성할 수 있다”며 “에어컨과 마사지 시트, 앰비언트 라이트와 같은 기능들을 애플 카플레이, 시리 음성 어시스턴트를 통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르쉐 라이프치히 공장이 생산하는 신형 파나메라는 내년 3월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국내 판매 가격은 파나메라 4 1억6650만원,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 2억99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더 강력해진 파나메라는 포르쉐 미래 성장을 가속할 핵심 모델로 자리할 전망이다.
라이프치히(독일)=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