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타이어'의 계절이 왔습니다. 흔히 '스노 타이어'라고 부르는데 윈터 타이어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윈터 타이어는 눈 오는 날 뿐 아니라 빙판길 등 겨울철에 사용하는 타이어이기 때문이죠.
윈터 타이어 하니까 20여 년 전 일이 떠오릅니다. 당시에 모 국내 타이어 회사가 타이어 시승을 부탁한 일이 있었거든요. 신차 시승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주 하는 일이지만 타이어 시승은 흔치 않지요. 당시에 그 회사는 수출용으로 팔던 고성능 SUV용 타이어를 국내에 출시했고, 저에게 시승을 맡겼었습니다.
지금이야 윈터 타이어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 당시만 해도 고성능차나 일반 승용차를 막론하고 윈터 타이어의 필요성을 아는 이들이 적을 때였습니다.
고백하자면, 후륜구동인 제 차에 윈터 타이어를 끼운 때가 차를 구매한 후 7년여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처음 장착된 타이어는 4계절용 던롭 SP5000이었는데, 큰 불만은 없었지만 어딘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그러다 한국타이어의 S1 에보(EVO)를 알게 됐고, 고성능 서머(summer) 타이어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죠.
이 타이어는 마른 노면과 빗길, 고속주행 등에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는데, 딱 하나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겨울철 주행이었죠. 이는 서머 타이어의 숙명이기도 한데, 윈터 타이어로 교환하기 귀찮아서 최대한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계속 끼우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폭설이 내렸고 언덕길에서 속절없이 뒤로 미끄러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날 바로 타이어 가게에 가서 윈터 타이어를 끼운 것이죠. 한국타이어의 '윈터 아이셉트 에보'라는 제품이었습니다. 기존 윈터 아이셉트에 비해 고속주행 성능을 개선한 타이어였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때가 되면 서머 타이어와 윈터 타이어를 바꿔 가며 주행을 했죠.
그런데 이것도 하나 단점이 있었습니다. 교환할 때마다 타이어 탈착 비용이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타이어 보관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타이어 탈착 과정에서 휠에 흠집이 나기 일쑤여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엉뚱한 생각이 났습니다. “윈터 타이어를 4계절 내내 끼고 달려보면 어떨까?”라는 것이었죠.
기사의 서두에 20여 년 전 윈터 타이어 시승 경험을 얘기했었는데요, 이때만 해도 윈터 타이어는 4계절용 타이어보다 상당히 무겁고 소음도 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윈터 타이어를 겨울철 이외에 끼고 달리면 연비가 떨어지고 소음도 많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죠.
실제로 윈터 타이어를 끼고 4계절 달린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소음 증가는 거의 느끼지 못했고, 연비도 4계절용 타이어를 끼고 달렸을 때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20여 년 전 그 무겁던 윈터 타이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술이 발전한 거죠. 이 타이어를 끼우고 다닌 몇 년 동안 마모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럼 윈터 타이어를 4계절 끼우는 걸 추천하느냐고요? 사실 추천할 정도는 아닙니다.
윈터 타이어를 끼웠을 때 가장 난감한 상황은 한여름에 급정거하는 상황입니다. 윈터 타이어는 차가운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성분을 많이 배합해서 4계절용 타이어보다는 약간 무른 특성이 있는데요, 한여름에 뜨겁게 달궈진 노면에서 급제동을 거니까 타이어가 살짝 미끄러지더군요. 서서히 제동하면 큰 문제는 없는데, 신호가 갑자기 바뀐다거나 하는 급제동 상황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윈터 타이어가 이렇다고는 볼 수 없겠죠. 타이어 회사마다 기술력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차종과 굴림 방식에 따라서도 체감성능은 다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이게 될까'하는 심정이었는데, 나중에는 '이게 된다고?' 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실험은 실험이니 이쯤 해서 윈터 타이어를 놓아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겨울이 다가오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실 거 같은데, 곧 새 타이어를 끼우고 새로운 경험담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신문인터넷 임의택 기자 ferrari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