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의결한 상향식 공천 관련 4호 안건과 과학기술 인재 공천 확대 방안을 담은 5호 안건을 향후 공천관리위원회가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정부 측에는 혁신위가 제시한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보좌관 신설'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날 회의에서 혁신위에서 논의했던 4·5호 혁신안을 보고 받았다”면서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공관위에 최대한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혁신위는 △대통령실 인사도 예외 없는 상향식 공천 △금고 이상 전과자 등에 대한 엄격한 컷오프 △전략공천 원천 봉쇄 등의 내용이 담긴 4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어 △과학기술 인재 전략적 공천 △24개 장관급 정부부처에 과학기술혁신정책자문관 도입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보좌관 신설 등을 5호 혁신안도 내놓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혁신위가 제안한 여러 제안에 대해 당 지도부는 상당 부분 의미있다고 평가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공관위에서 최대한 검토하기로 했다”며 “불가피하게 공관위에서 결정하고 의결해야 하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는 과학혁신 자문관제도 도입과 대통령실 과학기술관 신설 요청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혁신위 '조기 해체설'과 일부 위원들의 반발로 '사퇴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당 지도부가 갈등 봉합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 혁신위원회의에서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혁신안이 계속 외면받는 상황에서 활동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사의를 밝힌 바 있다.
그간 묵묵부답해 왔던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부산 해운대갑에서 내리 3선을 지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여당의 영남 중진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수도권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실제 하 의원은 종로 출마 결정을 앞두고 당 지도부 및 혁신위와도 사전에 교감했다. 그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용기 있는 도전이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했다. 이들 모두 혁신위의 험지 출마론에 호응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오는 30일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등의 내용을 담은 지도부 '희생' 혁신안을 정식 안건으로 제안, 압박 수위를 한차례 더 높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가 최종 정리해서 건의하거나 요청하면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시 의견을 말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전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