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한 몸처럼 움직였다. 내년 사업 구상, 인사 등 주요 경영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도 유치전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원팀'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민간 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과 파리에서 최종 일정을 소화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베이스캠프를 마련한 뒤 중남미와 유럽 7개국을 돌며 막후에서 전방위 유치전을 펼쳐왔다. 최 회장은 이달 초 파리에 도착한 뒤 중남미, 유럽 7개국을 이동하며 지구 반바퀴에 이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후 24일부터 다시 파리 유치전에 합류한 뒤 한 총리를 맞았다.
최 회장은 23일 SNS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희망의 메세지를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매달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힘을 보탰다. 이 회장은 1월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에 동행한 것에 이어 3월에 일본과 중국, 5월에 미국, 6월에 프랑스와 베트남을 방문했고, 7월에는 태평양도서국을 돌며 유치전을 벌였다. 이달 초 다시 남태평양을 찾아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 참석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24일,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 한국 대표부 주최 국제박람회기구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도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엑스포 유치지원전담조직(TF)을 꾸렸다. 체코, 슬로바키아, 미국, 인도네시아, UAE, 프랑스, 베트남, 인도 등 엑스포 유치 활동 위해 20여개국을 방문했고 미국 출장에서 주미 한국대사와 함께 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 12개국 주미대사를 만나 지지를 요청했다.
정 회장은 송호성 기아 사장 등 그룹 임직원과 파리에 집결해 막판 교섭활동까지 직접 이끌었다. 지난 23일 파리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 초청 만찬에선 “이번 유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위해 건배를 제의하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만나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고, 지난달에는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만났다. 구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유치 활동에 나섰다. 지난 23일에는 'BIE 대표 초청 만찬' 행사에 참석해 파리 주재 BIE 대표단들을 상대로 부산엑스포 지지를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엑스포 유치전 전면에 등장하며 각국에 부산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해왔다. 지난 6월 30개국 대사를 초청해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신 회장은 이달 정부의 영국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뒤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프랑스로 이동했다. 현장에서 각국 정·재계 주요 인사를 만나 부산 엑스포 개최 의의와 강점을 전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