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분유 무역수지가 1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내수시장에서는 외산 분유에 치이고 수출량은 매년 쪼그라들면서다. 우리나라의 조제분유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자국 브랜드 소비를 위한 규제 강화 영향에 더해 다국적 기업 브랜드와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와 관세청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분유 수입량은 4186톤, 수입금액은 8270만2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수입량은 3.4%, 수입금액은 8% 늘어난 수치다.
반면 분유 수출량은 올해 4766톤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35% 급감했다. 최대 수출국인 대(對)중국 수출량이 같은 기간 46.7% 줄어든 3083톤에 그치면서다. 무역수지는 2460만달러(약 31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조제분유 무역수지는 국내 분유 업체들이 수출을 본격 시작한 2012년부터 작년까지 흑자를 이어왔다. 중국은 자국 브랜드 소비 촉진을 위해 수입산 분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수입산 분유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2016년 조제분유 수출액을 정점으로 7년째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매일·남양·롯데·일동후디스 등 분유 제조 4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작년 기준 국내 조제분유 시장 수입산 분유 점유율이 25~30%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분유가 안방 시장을 내주게 된 것은 e커머스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분유는 아이들이 먹는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특성이 있어 일반 할인점, 온라인 등에서 구매가 쉽지 않은 품목으로 분류됐다. 이에 분유를 처음 접하는 산후조리원과 병원을 통해 영업을 집중했지만 e커머스로 소비 채널이 바뀌면서 외산 분유가 승기를 잡게된 것이다.
이를 두고 수입 분유와 국내 분유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 구매대행으로 판매하는 일부 소규모 업체들이 국내 제조사들은 규제를 받는 판촉이나 홍보 표현을 쓰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어서다.
현행법상 조제유류(축산물)는 광고 또는 판매촉진 행위를 해선 안된다. 조제식(식품)은 조제유류와 같은 명칭 및 유사 명칭을 사용해 광고할 수 없다. 일부 수입산 분유는 현재까지도 '모유와 유사하다'거나 '면역력 분유' '변비 분유'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써 광고하고 있다.
한 분유업체 관계자는 “일부 소규모 수입사에서 판매하는 수입분유의 경우 판촉이나 홍보 표현이 위험할 때가 있다”면서 “수입분유는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이 많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