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 연구팀이 최근 단 1초 만에 사진 1000장을 찍는 초고속 초음파로 신장혈관의 복잡한 구조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로 오랜 미제로 남아있던 신장질환의 원인을 풀었다.
포스텍은 김철홍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장진아 기계공학과·IT융합공학과 교수, 안용주 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등이 초고속 초음파 촬영으로 신장의 3차원 미세혈관 구조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기술은 조영제 없이도 혈관의 복잡한 구조를 촬영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연구 결과는 조만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뒤 속표지 논문(inside back cover)에 게재될 예정이다.
신장은 혈액에 있는 노폐물과 불필요한 물질을 걸러 배출한다. 고혈압과 당뇨 등 질환으로 여과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를 '신부전증'이라고 하는데, 중증에 접어들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평생 인공 혈액 투석이나 신장 이식 등 방법에 의존해야 한다. 신장 내 혈액 순환은 여과 기능에 직결된다. 미세혈관 영상은 신부전증 예방과 회복 여부 판단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은 해상도와 민감도 한계로 세밀한 혈관 구조를 표현할 수 없다. 또 조영제는 신장 질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반면 태아를 관찰할 때 활용할 정도로 안전한 초음파 촬영은 초음파 도플러(Doppler) 효과를 통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고 혈류 유속과 방향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그러나 현재 촬영속도로는 혈류 민감도에 한계가 있어 미세혈관을 정확하게 관찰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초당 1000프레임을 찍는 초고속 촬영으로 미세혈류 민감도를 향상시켰다. 이는 기존 초음파 영상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세계 최초로 조영제 없이 신동맥과 신정맥, 피질부에 있는 167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소엽동맥·정맥 3차원 혈관망 전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신부전증을 유도한 동물 모델의 신장 혈관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혈류역학·혈관 형상학적 지표로 다변수 분석을 진행했다.
김철홍 교수는 “이 시스템으로 신부전증을 유발하는 질환의 병리학적 생리를 이해하고, 신장이식 전후 혈관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소화기계와 순환계, 뇌 신경계 등 다양한 장기의 혈액순환과 기능저하 연구에 사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사업과 브릿지융합연구개발사업, 중견 연구사업,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 개발사업, 범부처 재생의료 기술개발사업, BK21 FOUR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에는 IT융합공학과 통합과정 오동현·이동현 씨, 전자전기공학과 통합과정 허진석 씨, 융합대학원 석사과정 권주영 씨, 미래 IT 융합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용의중 씨 연구팀이 참여했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