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온실가스 국제 감축사업, 지금부터 시작이다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오는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개최된다. 기후 대응에 관한 세계 최고의 의사 결정 과정인 총회에는 국가 정상과 정상급 지도자, 197개 당사국 협상 대표단, 세계 각국 기자단, 수천 개 비정부기구 회원 등 약 7만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당사국 총회에서 다루게 될 수많은 의제 가운데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파리협정 제6조와 관련한 내용이다. 파리협정 제6조는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으로 일컬어지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가간 협력' 조항으로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해석이다. 국가간 협력은 크게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 거래를 포함하는 시장기반 접근법과, 국가간 협력에 기초하지만 감축 실적의 이전이 수반되지 않는 비시장 접근법으로 구분된다.

파리협정 제6조는 많은 쟁점을 수반하고 있다. 국가간 거래 가능한 감축 실적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기존 교토의정서 핵심 메커니즘인 청정개발체제의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장 큰 쟁점은 감축 실적을 이중으로 계산하지 않도록 하는 '상응 조정' 문제였다. 감축 결과물을 이전한 국가는 해당연도 산정과정에서 감축분을 더하고, 감축 결과물을 획득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사용한 국가는 산정과정에서 감축분을 차감해야 한다. 이는 유치국과 투자국간 감축 실적 배분과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NDC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목표 이행을 위해 파리협정 제6조를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올해 4월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기본계획'은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감축량 3750만 톤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국제감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외교부를 중심으로 양자협력 체계 구축에 힘을 모으고 있으며, 올해 11월 현재 베트남 등 4개 국가와 '기후변화 협력에 관한 기본협정'을 체결하였고 UAE 등 3개 국가와는 협정에 가서명한 상태다.

파리협정 구조
파리협정 구조

한국환경공단은 2021년부터 환경부와 우리 기업의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 첫 사업으로 몽골 나랑진 매립지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착수했고, 지난해는 키르기스스탄 소수력 발전사업을 비롯 3개 국가에서 모두 4건의 예비타당성 조사사업과 우즈베키스탄 마이돈톨 매립가스 발전사업을 지원했다.

올해에는 민간 기업의 국제감축사업 참여를 더욱 활성화하고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두 가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첫째, 사업추진과정에서 발생한 현장의 어려움과 장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 관리지침을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수출입은행과 환경산업기술원 등 오래전부터 해외사업을 지원해왔던 기관들의 경험을 참고했다.

국제감축사업을 전담 수행하는 내부 조직 개편도 이루어졌다.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 추진 조직과 해외사업 및 녹색 공적개발원조(ODA) 수행조직을 통합해 그간 해외사업을 통해 확보한 네트워크와 경험을 국제감축사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9월 시행한 하반기 공모에서는 16개국 대상으로 총 34개 사업이 공모에 지원하는 등 과거에 비해 높은 관심도와 참여율을 보였다.

한국환경공단은 국제감축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치국 정부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1월 20일 환경부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온실가스 국제감축 워크숍'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환경부와 감축사업 기업 인사들이 함께 참석한 워크숍에서는 국제감축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사업추진과 감축 실적 이전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어 개최된 '베트남 진출기업 간담회'에서는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에 보다 많은 기업의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가 공유됐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2030년을 대비해 감축 실적을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특히 탄소중립·그린ODA와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국제감축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환경부와 아시아 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와 협력해 사무국을 운영하는 서울이니셔티브 국제협력사업의 네트워크 활용도 사업추진에 힘을 보태는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정부 협상단 일원으로서 당사국총회에서도 파리협정 제6조의 세부 이행규칙들이 조속히 확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전기차 충전소 구축사업 등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해 온 환경전문기관으로서 다양한 모델의 국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최근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감축사업이 2030 NDC 달성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의 밑거름이 되고 더 나아가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해결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파리협정 제6조 구조와 3대 하부 체제
파리협정 제6조 구조와 3대 하부 체제

〈필자〉 1963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서울대 해양학과 학사, 해양생물학 석사,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에서 응용생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제16대 환경부 차관 등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국회 기후변화포럼 부설 기후변화정책연구소장, 환경보전협회장을 역임했다. 환경·기후변화 분야 시민운동가, 행정가 등 각종 경력이 풍부해 이론과 실천력을 겸비한 전문가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