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샌드박스(Financial Sandbox)와 네거티브 규제(Negative Regulation)는 현대 금융 규제 환경의 중요 개념들이다. 금융 샌드박스는 금융 서비스 분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도구로, 신규 금융 기술이나 서비스를 실제 시장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일정 규제를 면제하거나 완화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기업은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된다. 금융 샌드박스는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시장에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허가받은 기술이나 서비스에 한해 시장활동이 허용되는 일종의 포지티브 규제(Positive Regulation)로 볼 수 있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규로 금지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술이나 서비스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 원칙을 금융서비스에 도입하면 금융 분야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특정 활동을 하기 위해 법규로 금지된 경우가 아니면 사전에 규제기관 허가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거티브 규제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하며,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방식은 적절한 감독과 위험 관리가 수반되지 않으면 시스템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두 가지 개념은 현대 금융 시스템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시장의 유동성과 경쟁을 증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의 안전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융샌드박스는 산업탄생의 초기에는 초기 도입 및 육성에 대한 기업 지원의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면 소기의 목적 달성이 불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경우 신청 기업을 기존 금융회사나 국내 영업소를 둔 회사로 한정함으로써 신생 업체나 글로벌 기업에는 진입 장벽이 크다. 또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신생 시장의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더불어 지정기간 후 영구적 사업 지속을 위한 법률개정이나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국내의 경우 금융혁신 지정 후 후속 입법이 된 경우는 아직 없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금융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에 의한 서비스 확대와 모니터링과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산업의 양적확대로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가 폭증하고 있으며 이를 금융샌드박스로 처리하기에는 특단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접수된 샌드박스 신청건수는 200여 건 이상으로 이중 대부분이 스타트업들이 신청한 것이다. 간헐적으로 발표되는 지정 건수는 극히 소규모로 주로 기술이나 서비스 혁신보다는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사업에 편중되고 있다. 심사기간도 신청건수의 적체로 상당히 소요되고 있으며 자금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의 생존에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지정 발표여부에 기업의 운명을 걸어야 하고 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현실이다. 현재 금융 샌드박스의 지정여부에 기업자체의 생존을 걸지 않는 대기업이나 기존 중견기업의 지정건수가 많아 유망 스타트업이나 서비스의 발굴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한 금융혁신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에는 크게 미흡하다.
독립적인 샌드박스 혁신 심사 전담기관 신설이나 기존조직의 대폭적인 확대를 통해 심사 인력의 보강 및 심사기간의 획기적 단축이 필요하다. 현재 핀테크지원센터, 금융감독원, 관련 부처 및 금융위원회로 분산되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샌드박스 사업 신청절차도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담당 인력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인력의 채용과 순환보직 면제를 통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금융 샌드박스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융 시장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증진시키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시장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네거티브로 지정될 기술이나 사업 선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확보돼야 하고 소비자 보호나 국익 보존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어려움은 있다. 금융 샌드박스와 네거티브 규제를 서로 배타적인 제도로 구분하기보다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금융정책 수립의 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