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을 언급하며 여당 흔들기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른바 '무대응' 전략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이었던 이른바 '대사면'에 대한 책임론 속에 국민의힘 대응책에 관심이 쏠린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의 창당 움직임과 관련해 여당 내에서는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게 오히려 지분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는 혁신위의 조기 종료론이 나오는 과정에서 표출됐다. 첫 번째 혁신안인 '대사면'이 오히려 혼란을 자초한 탓이다. 혁신위는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풀어 당내 통합을 이루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 전 대표가 사실상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갈등이 더욱 커졌다.
이후 인 위원장은 지속해서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을 표출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강연에 무작정 찾아가 만남을 이루지 못하면서 뒷이야기만 남겼고 최근에는 '부모 욕' 논란에 시달리며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 사이 이 전 대표는 전국을 돌며 '창당'에 대한 운을 띄우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정무적 판단 없이 내뱉은 혁신안 탓에 오히려 당이 흔들릴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 속에 여당의 남은 전략으로 무대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흔들리던 보수정당이 무대응 혹은 버티기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이후 혼란을 겪던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은 바른정당 등 분당 사태를 겪었다. 이후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후보 사퇴·후보 단일화를 요구했던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이 새누리당에서 이름을 바꾼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등을 거쳤던 새로운보수당도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결국 기존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합당해 미래통합당이 됐다. 사실상 나갔던 인물들이 돌아온 셈이다.
지난 2021년에 열렸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 전략은 유효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를 외치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당시 당권을 쥐고 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후보를 모셔와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대표로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내 책무”라며 오히려 단일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결국 당내 인사들이 여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이후 단일화 과정에서 오세훈 후보가 이겼다. 이후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대선 승리까지 이뤄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기다리면 된다. (우리가) 먼저 조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주판을 놓고 계산을 하는 단계다. 실제로 기한(12월 말)이 임박하면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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