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정전기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최근 별도 외부 전력이 필요하지 않아 전자 피부나 의료용 센서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다만, 정전기를 감지하는 센서에 충전된 전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포스텍(POSTECH)은 김진곤 화학공학과 교수·통합과정 장준호 박사, 신소재공학과 정운룡 교수·박사과정 조우성 씨 공동 연구팀이 전하의 이동을 막아 정전기 소자 센서 성능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최근 게재됐다.
정전기 소자는 서로 다른 두 물질이 마찰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한다. 이 소자를 사용한 센서는 차세대 전력 공급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하나의 전극으로 여러 움직임을 감지하는 정전기 센서를 개발했다. 하지만 센서에 충전된 마찰 전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약해져 반복적인 접촉과 충전 과정이 필요했다.
정전기 센서에 충전된 전기를 오래 유지하려면 센서 표면의 전하 이동을 줄여야 한다. 반도체 소자에서 전하가 움직일 수 없도록 가둬두는 공간을 '깊은 함정(Deep trap)'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소자 재료인 열가소성 분자에 자외선을 쏘아 사슬 구조를 만들고, 'Deep trap'을 형성했다. 전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함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또 센서에 직류 전압(DC) 1000볼트(V)를 가하면 정전기 지속 시간이 향상된다는 사실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의 정전기 센서는 30여분 동안 전기를 유지하며 우수한 성능을 보였고, 이 결과는 지속 시간이 1분 이하였던 기존 정전기 센서에 비해 약 30배 정도 향상된 수치다.
김진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오랜 시간 성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정전기 센서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잠재력이 많은 이 센서가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의후속연구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