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친환경 항공유 사업 진입 장벽 제거에도 해외 기업과 경쟁은 버거워

정유사, 친환경 항공유 사업 진입 장벽 제거에도 해외 기업과 경쟁은 버거워

정유사가 친환경 바이오 항공유(SAF)를 생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설비 투자 지원책이 마련된다. 정유사의 SAF 사업 진입 장벽이 사라지는 것으로 관련 투자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일본 등 SAF 산업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지원 확대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의 SAF 생산 근거를 마련하는 법률 개정과 관련 설비 투자 시 세액을 공제하는 시행령 개정이 추진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에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석유정제업의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까지 확장한 것이 골자다.

SAF는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친환경 연료다. 현행법상 석유정제업은 석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규정돼 있어 정유사가 SAF 등 바이오 연료 기반의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다.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유사가 SAF를 생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기획재정부는 SAF 생산 설비 투자 세액공제를 추진한다. 기재부가 27일 발표한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 방안'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수정, SAF와 같은 저탄소 항공유를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한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비의 최대 40%, 시설투자비의 최대 15% 세액을 공제할 계획이다. SAF 투자 세액공제는 정유업계가 투자 활성화 및 신사업 진출을 위해 정부에 지속 요청해 온 사안 가운데 하나다.

진입 장벽이 제거됨에 따라 정유사의 행보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현재 정유4사는 SAF 생산 시설 투자 계획을 사실상 모두 확정한 상태다.

다만, SAF 산업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열세다. 주요국은 친환경 연료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SAF 시설 투자는 물론이고 생산 제품에도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 교통부(DOT)는 대체 연료 및 저배출 항공 기술 보조금 규정에 따라 SAF의 생산, 운송, 혼합 또는 저장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2억4500만달러를 할당했다. 이와 별도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자국 내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생산한 SAF에 대해 갤런 당 1.25~1.75달러의 세액을 공제한다.

2025년부터 3년간 이산화탄소 감축량, 제조 여건에 따라 갤런당 1.75달러의 세액도 공제할 계획이다. 각종 지원을 종합하면 미국 내 생산 SAF 가격은 등유 수준으로 유지된다.

일본은 2026년 가동 예정인 연산 10만㎘ 규모 SAF 제조 설비인 이데미츠코산 프로젝트 설비 투자에 2570억원을 지원했다. 전체 사업비(4020억원)의 6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내 정유사가 SAF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은 조성됐지만 설비투자와 더불어 생산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지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 국가의 SAF 혼합 의무 규제가 곧 시행된다. 관련 시장은 2050년 약 52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라면서 “한국 정유사의 항공유 주력 수출 시장이 미국 등인 점을 생각하면 경쟁국의 지원 제도를 자세히 분석, 국내 업계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