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카카오 총괄 연일 내부 경영실태 지적...대규모 물갈이 인사 전초전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이 연일 내부 경영 실태를 공개 지적했다. 카카오에서 김 총괄의 행보에 대해 별다른 제재 없이 침묵으로 대응하면서 그의 쇄신 의지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카카오 공동체 대표와 임원 인사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김 총괄은 29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서 (지난 9월) 첫 출근 날 김범수 창업자가 법인 골프 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먼저 김범수 창업자 법인 골프 회원권부터 내놓으시죠”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의 사회공헌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골프 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하고 김 창업자로부터 '비상경영회의 때 프리젠테이션 발표도 하고 정식 결재를 올려달라'는 답을 받았다”라며 “이후 두 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김 총괄은 전날 감사를 통해 파악한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카카오 측근에 편중된 보상, 특정부서 임원과 직원들간 복지격차, 데이터센터 건립업체 선정과정의 불투명성 등 내부 문제를 들춰냈다.

김 총괄은 보육시설, 평가 및 보상제도, 법인카드, 골프회원권 현황, IDC 공사업체 선정 등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 실장급이 더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 연봉의 2.5배나 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며 “직원들 휴양 시설은 1년에 2박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오는 2027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준공 예정인 K팝 공연장 '서울아레나'와 지난 9월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준공한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수의계약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연일 이어지는 김 총괄의 공개 지적에도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김 총괄의 대외비를 외부에 공개하는 거침없는 행보를 제재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와 준법과신뢰위원회 등에서 준비중인 공식 쇄신방안으로 얘기할 수 있는 내용들이 먼저 외부에 알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 총괄은 '평가 및 보상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데 성과급의 가시성 확보, 상후하박 구조 개편 등 12월부터 TF 시작해서 내년도 제도 마련' '법인카드는 모두 클린카드로 변경해서 12월 1일부터 시행' 등 구체적인 쇄신안도 공개했다.

김 총괄의 경영 실태 공개 지적과 쇄신활동 등은 앞으로 진행될 카카오 임원 인사에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도 연내 마련할 쇄신안에 임원인사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가장 먼저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거취가 불투명하다. 홍 대표는 내년 3월 임기만료인데다 본인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CEO로서 관리감독 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올해 카카오 실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신사업 추진 성과도 미미하다는 것도 홍 대표의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이미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건으로 구속 수감된 상황이라 교체가 불가피한 상태다. 이처럼 카카오의 핵심 임원인 CEO와 CFO 교체가 점쳐지고, 감사를 통해 비리 정황이 확인된 임원들까지 교체되는 등 카카오에서는 이례적인 물갈이 인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외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임기도 내년 3월 만료된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