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 해결책 중 하나로 정보기술(IT)서비스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논란이다. 사태 본질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이보다 모든 행정 시스템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으로 전면 재설계하고, 신속 전환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까지 모든 것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기존 업무시스템을 서비스형 인프라(IaaS)로 옮기는 '리프트 앤 드롭' 방식과는 다르다.
유연성과 확장성, 관리 편의성 등 클라우드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가 도입이 확산되면 장애 발생 시 신속하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시스템이 가상화와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관리 편의성도 극대화된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공공부문 정보자원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율을 오는 2024년 10%, 2030년 100% 달성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은 “기존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IT 시스템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면서 “(행정 시스템 등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면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구조를 통해 장애 발생 시 신속 대응할 수 있고, 유지·보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예산과 각 기관의 참여 의지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기존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에서 확인됐다. 충분한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각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관심,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행정망 마비 사태를 계기로 이에 대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지금 대기업참여제한 제도 변화에 관심을 두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대기업 참여 제한 금액을 기존 10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 책임 당사자를 중소·중견 IT서비스 기업으로 지목한 것이나 다름 없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대기업에 프로젝트를 줘도, 대기업은 하청을 준다”면서 “실제 일은 중소기업이 한다”고 지적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은 “(관리·감독 등 책임자인) 정부에서는 사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IT서비스 대기업에 (공공 SW 사업을) 맡기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공공 사업에 참여해도 행정망 마비 사태 같은 문제를 완전히 회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비롯해 대기업이 담당한 사업에서도 서비스 장애는 수 차례 발생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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