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가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630억위안(약 1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은 업계 두 번째 8세대 투자다. 노트북·모니터 등 개화하는 IT용 OLED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LG디스플레이 투자도 시급해졌다.
BOE는 중국 사천성에 위치한 청두첨단기술지구에 8.6세대 유리원장 기준 월 3만2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완공까지 소요기간은 약 2년 10개월, 생산인력은 8200명으로 예상된다.
8.6세대는 유리원장의 크기를 의미한다. 8.6세대 유리원장(2290㎜×2620㎜)은 기존 6세대(1500㎜×1850㎜) 대비 면적이 2배 이상 크다. 생산효율성이 높아 더 많은 OLED 패널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8.6세대 투자를 본격화한 것은 올해 4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BOE가 두 번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1000억원을 투자, 아산사업장에 월 1만5000장 규모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BOE 투자규모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약 2.8배다. 계획한 생산능력도 삼성보다 커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BOE 투자는 LG디스플레이보다 빠른 것으로, 대응이 시급해졌다. 디스플레이는 양산 경쟁에서 밀려나면 회복이 쉽지 않은 산업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8.6세대 투자계획이 늦어지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도 BOE부터 납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8.6세대 OLED의 핵심 고객사는 애플이다. 애플이 내년 태블릿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맥북에 OLED를 탑재키로 해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OLED 시장이 노트북과 모니터 등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OLED는 대량 생산이 까다롭기 때문에 생산능력(CAPA) 외 양품의 비율, 즉 수율을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BOE가 8.6세대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국내 삼성과 LG와의 경쟁을 뜻해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BOE는 “향후 OLED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중형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