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페이커' 앞세워 알파세대 고객 저격

하나T1데이 홍보물 〈이미지 출처=하나은행〉
하나T1데이 홍보물 〈이미지 출처=하나은행〉

하나은행이 올해 리그오브레전드(LOL) 국제대회 '월즈(Worlds)' 우승팀인 T1 선수들을 섭외해 본격 'e스포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해 최대 국제대회에서도 한국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이들을 통해, 잠재고객이자 게임팬인 1020 세대와 소통하며 금융 브랜드 경험을 강화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내달 16일 하나금융그룹 사옥 내 하나플레이파크에서 '하나T1데이'를 연다. 월즈 우승 주역인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파이널 MVP 최우제(제우스)와 문현준(오너), 이민형(구마유시), 류민석(케리아)가 행사에 참여해 우승 이후 근황 인터뷰, 이벤트 매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T1은 2020년부터 스폰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e스포츠 관련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어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크다. 이달 20일 치러진 한국팀 T1과 중국팀 웨이보게이밍즈(WBG)의 결승전은 글로벌 64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회 대비 130만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대회가 열린 서울 고척스타디움 경기장 현장에서는 1만8000명 관객이 결집했고 광화문 거리응원에는 1만5000명이 몰렸다.

특히 T1은 올해 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국내 e스포츠 팬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른 한국팀이 토너먼트에서 전원 탈락한 상황에서 중국리그 LPL팀을 8강과 4강, 결승까지 연이어 격파하는 드라마틱한 서사로 대회 흥행을 이끌었다. 우리나라 안방에서 중국팀으로부터 우승컵을 사수했다는 의미도 깊다.

은행권 e스포츠 마케팅은 효과가 검증됐다. 장래 고객인 10대, 20대 게이머를 주거래 고객으로 선점하고 묶어 둘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LOL 월즈 우승팀 'DRX'의 스폰서로 지원하면서 그 덕을 톡톡히 봤다. DRX의 베테랑 김혁규(데프트)가 사상 최대 역배당 우승을 따내면서 언더독 신화와 함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명언을 남긴 덕분이다.

신한은행은 이에 힘입어 DRX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신한 꺾이지 않는 DRX 적금'을 출시했다. 프로야구 등 일부 인기 종목에서만 나오던 성적연계 금융상품을 e스포츠에도 적용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상금 수천만원 규모 아마추어 LOL 토너먼트인 '하나원큐 집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회와 'T1 체크카드' 신규 발급 이벤트를 병행해 홍보 효과를 봤고, 한정판으로 발급한 일명 '페이커 골드카드(T1 Young Hana 체크카드 Faker Edition)'은 1000좌가 출시 4시간만에 동나기도 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