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엑스포 여정, 또다른 미래 도약대로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추진했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활동이 실패로 마무리됐다.

지난 10년간 크든 작든 부산 유치에 힘썼던 이들에게는 냉정한 평가로 들리겠지만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했으니 실패는 실패다. 결선 투표로 가지 못하고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게 개최도시 자리를 내준 것도 안타깝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유치를 위해 전력을 기울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여야 정치권, 재계가 한 곳을 향해 뛰었다.

특히 그간 유치 활동에서 기업의 노력은 결과를 떠나 박수받을 만하다다. 유치위원회 민간 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자사의 일처럼 여기고 직접 세계 곳곳을 누볐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룹 총수의 비사업 목적 행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어느 외교채널보다 한국 대기업의 간판이 더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그룹 총수의 지원 사격을 긍정 평가했다.

아쉽게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한민국과 부산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는 분명 성과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또 한번의 엑스포 도전일 필요는 없다.

우리 국민과 기업이 그간 쌓은 역량을 새로운 도약대로 삼아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 투표 결과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