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행정망, 해법은]〈4·끝〉거버넌스·예산·설계 등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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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장애를 일으키는 행정 전산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레거시 시스템을 땜질 처방하는데 그치지 말고 거버넌스(관리·운영체계)와 예산, 설계 등을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월 30일 기준 대외적으로 드러난 정부 전산망 장애 횟수는 지난 17일 공무원 행정 전산망 '새올 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 24'가 멈춰선 이후로 총 여섯 차례에 이른다.

정부가 이번 전산망 장애와는 연관성이 없으며 단순 장비 문제라고 밝힌 'e호조(공무원 회계처리 전산망)'도 29일 장애를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장애가 번갈아가며 발생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시스템 노후화, 레거시 시스템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구조 설계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대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행정 전산망 장애가 잇따르는 것은) 초기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세밀하고 촘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전산망 인프라를 구축했던 시기로 돌아가 설계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노후화된 (행정 전산망) 시스템 전반 문제로 추정된다”면서 “최근 오류가 잇달아 발생한 만큼 전체 장비와 시스템 노후화를 점검하고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국가 행정망은 서로 다른 기업이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든 1400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면서 “이름, 주소 등 행정안전부 관련 데이터 항목만 약 2만개로 현재 행정망에는 700만종 이상 데이터가 엉켜있어서 시스템 장애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 개편, 예산 확대, 클라우드 네이티브 설계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범부처 컨트롤타워 구축→충분한 예산 확보→레거시 시스템 전면 재검토 및 개선→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가속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문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장)는 “국무조정실 내에 가칭 '디지털정부혁신처'를 신설해서 분산된 각 시스템과 주무 기관을 총괄해야 한다”면서 “예산 당국에 노후화된 장비 교체 예산을 신청해서 승인받는 현재 구조가 아닌, 특별 회계로 주요 장비를 지속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로의 조속한 도입과 확산도 요구된다. 유연성, 확장성 등 클라우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설계 때부터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MSA)를 활용하고, 개발과 운영을 동시에 하는 데스옵스(DevOps) 방법론 등을 활용해 장애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 IT기업 대표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아닌 증설로는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복잡하게만 할 뿐”이라면서 “각국이 끊김없는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