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과 방송3법에 대한 거부안을 상정했다. 심의 후 대통령에 국회 재논의를 건의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방송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문화진흥회법(방송3법) 개정안을 심의 안건으로 부쳤다.
한 총리는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할지 국무위원들과 함께 심의하여, 그 결과를 대통령께 건의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교섭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해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조정이나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안까지도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한 총리는 “다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공동으로 연대해서 져야한다는 것이 민법상 대원칙”이라면서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법 등 정부로 이송된 방송 관련 3법도 숙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번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아울러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들이 과연 모든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할 국회에서 국가 중대사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상황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재차 말하고 “민생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우선하여 처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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