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GIST 교수팀, 피부질환 '건선' 치료 효과적인 경구용 신약개발 단서 찾아

건선 쥐 모델에서 확인된 신규 길항제의 건선 완화효과 그래프.
건선 쥐 모델에서 확인된 신규 길항제의 건선 완화효과 그래프.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김용철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만성 피부질환인 건선 치료제의 실마리가 될 'CMKLR1 길항제(antagonist)'를 제안, 건선 경구용 신약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4일 밝혔다.

건선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염증 질환이다.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특히 건조한 겨울철에는 더 악화되기 쉽다. 증상 완화를 위해 처방하는 경구용 면역 억제제는 장기간 사용 시 간독성과 면역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사이토카인 중화항체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비가 고가인 데다 주사기를 사용해 투여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건선 쥐 모델에서의 조직학적 분석 결과.
건선 쥐 모델에서의 조직학적 분석 결과.

김 교수팀은 'CMKLR1'의 활성을 저해함으로써 건선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환자들의 혈액 및 병변에는 '케머린'이라는 신호전달물질이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데 이 신호전달물질의 수용체가 바로 CMKLR1이다. 활성화된 CMKLR1은 피부 주위 혈관으로 수지상세포를 모이게 하고 이들이 T세포와 각질형성세포를 자극해 건선 병증이 더욱 심해진다.

연구팀은 페닐인다졸 코어 스켈레톤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화합물의 설계 및 합성을 통해 CMKLR1의 활성도를 낮추는 길항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길항제는 36나노몰 수준의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CMKLR1의 활성을 강력하게 억제했고, 경구 투여로 높은 생체 내 흡수율이 확인돼 경구제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해당 약물을 건선 동물 모델(IMQ-유도 건선 마우스)에 경구로 투여했을 때 건선 병변의 각질, 홍반, 두께가 모두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완화 효과는 건선 평가 지표인 PASI 점수가 대조군 대비 30% 이상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김용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없는 건선치료에 새로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으로 CMKLR1의 활성도를 낮추는 길항제를 치료 방법으로 제시했다”면서 “분자 모델링 연구를 진행해 CMKLR1의 구조와 약물의 결합 모드를 처음으로 예측해 앞으로 CMKLR1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철 GIST 생명과학부 교수(왼쪽)와 고봉기 박사과정생.
김용철 GIST 생명과학부 교수(왼쪽)와 고봉기 박사과정생.

이번 연구는 김용철 교수와 한정현 박사가 주도하고 고봉기 박사과정생이 수행했으며 GIST-LG생명과학 공동연구 과제와 GIST 연구원 과제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의약화학 분야 권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시널 케미스트리'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