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연세대, 안전하면 오래 가는 고효율 생체 이식형 기기 개발

포스텍(POSTECH)은 박성민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통합과정 이지호 씨, 김상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성균관대 김영준 박사·통합과정 황준하 씨 공동 연구팀이 아주 약한 초음파로도 작동하는 정전기 소재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영구적 생체이식 전자기기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박성민 포스텍 교수(왼쪽)와 김상우 연세대 교수
박성민 포스텍 교수(왼쪽)와 김상우 연세대 교수

몸에 기기를 이식한 환자는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많으며, 환자에게도 경제적·신체적 부담을 준다.

최근 무선으로 작동이 가능한 이식형 의료기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안전한 에너지원과 기기를 보호할 적합한 재료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현재 생체적합성이 높고 장기간 사용이 가능한 티타늄(Ti) 금속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파가 이 금속을 통과하지 못해 무선 전력 전송을 위한 안테나가 별도로 필요하다. 그로 인해 기기의 크기가 매우 커져 환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파 대신 진단과 치료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초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고유전성 고분자와 고유전성 세라믹 소재인 티탄산칼슘구리 복합체를 사용해 약한 초음파에도 반응하는 정전기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물질층 간 마찰로 정전기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유효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며, 출력 임피던스가 매우 낮아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배터리 없이 초음파 기반 에너지 전송을 통해 작동하는 체내 이식형 신경 자극 시스템을 제작하고, 실험으로 검증했다. 동물모델 실험 결과 인체에 부담이 거의 없는 일반 영상용 초음파 수준으로도 체내에 이식된 기기를 작동시켰으며, 신경 자극을 통해 과민성 방광장애로 인한 배뇨 활동 이상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박성민 교수는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 기반 에너지 전송기술로 이식형 의료기기 분야 난제를 해결했다”며 “이번 연구는 첨단 소재기술을 의료기기에 도입한 사례로 이식형 기기를 기반으로 한 난치성 질환 치료 등 차세대 의료산업 도래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우 교수는 “생체적합성이 매우 우수한 소재로 만든 소자는 기계적·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장기 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질병 치료에 용이하다”며 “장기 안정성이 확보된 비배터리형 초소형 소자는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연세 월드클래스 펠로우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최근호에 개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