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위믹스 이달 재상장 추진…여전히 혼란스러운 '가상자산 상장 기준'

가상자산 상장 명확한 기준 없어 회원사도 제재 무시…체면 구겨
고팍스 상장 후 거래량·가격 급등, 주요 거래소 뒤따를 가능성 높아
금융당국, 내년 가이드라인 예고…닥사 차원 투명성 강화 대책 필요

위믹스 사태 일지
위믹스 사태 일지

위메이드가 자사 가상자산 위믹스 재상장을 추진한다. 상장폐지 1년이 되는 이달부터 각 거래소에 재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거래소 집합체인 닥사(DAXA)의 자율규제가 다시 실험대에 오른다.

지난해 12월 8일 닥사는 유통량 공시 위반 등을 문제 삼아 회원사들이 위믹스를 공동 상장폐지한다고 선언했다. 닥사(DAXA) '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은 상폐 가상자산 재상장 시점을 별도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는 통상 1년을 기점으로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닥사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위믹스 재상장을 기점으로 다시 명확한 기준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주요 거래소, 재상장 여부에 묵묵부답

닥사 회원사 거래소들은 위믹스 상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장 여부가 알려지면 시장에 혼란을 줘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미 고팍스와 코인원이 위믹스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데다, 1위 업비트를 빼면 거래량이 절실한 상태라 어느 한 곳이 위믹스를 상장하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고팍스는 위믹스를 상장 결정한 이후 거래량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이달 13일에는 197만9396달러를 기록했고, 14일부터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 3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업계는 '크립토 윈터' 풍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거래소들이 닥사의 반발에도 위믹스 상장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실적 부진 상황에서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마저도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 3분기 순이익은 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6% 감소했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은 3분기 매출액이 3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1% 줄었다. 중소 거래소들은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스페셜리포트] 위믹스 이달 재상장 추진…여전히 혼란스러운 '가상자산 상장 기준'

◇ 존재감 없는 닥사...위믹스, 재상장 이슈 타고 급상승

닥사 존재감이 미미한 가운데 위믹스는 재상장 이슈를 타고 고공행진 중이다. 시장이 위믹스 재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미리 움직인 것이다.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5일 9시 기준 위믹스는 3575원대에서 거래됐다. 1년만에 202% 상승, 최근 일주일 새 49%가량 급등한 수치다.

위믹스 부상 기대감에 따라 발행사 위메이드 주가도 상승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9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62% 상승한 7만400원에 거래 중이다.

위메이드 주가는 4일 종가 기준으로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33% 넘게 뛰었다. 위메이드맥스와 위메이드플레이도 같은 기간 약 20%, 12%씩 주가가 올랐다. 위믹스 상장 기대감에 금리 인하 기대감·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반감기 등 호재가 맞물려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닥사 회원사들이 혼란을 이유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닥사는 그간 위믹스보다 유통량 문제가 많은 가상자산들도 방치하는 등 사실상 손을 놨다”면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침묵이 아닌, 상장 타이밍을 보는 눈치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참에 닥사가 가상자산 상장 관련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는 회원사끼리도 이를 무시할 정도로 허술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팍스의 위믹스 상장 사태가 대표적이다.

닥사 회원사인 고팍스는 지난 달 위믹스를 신규 상장했다. 닥사가 공동 상폐(거래 지원 종료)하기로 결정한 지 11개월 만이다. 고팍스는 재상장이 아닌 신규 상장으로 위믹스 거래를 지원했다. 닥사는 고팍스가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의결권 3개월 정지 등의 처분을 내렸다. 가이드라인의 어떤 부분을 위배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팍스는 닥사 제재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금융당국 주도 가상자산 상장 관련 테스크포스(TF)에서 논의 중인 '상장·상장유지 및 상장폐지에 대한 규정 표준안(가이드라인)'이 재정비 논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새해 7월 가장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전 자율규제를 전제로 해당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정부 주도로 새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닥사 회원사들은 위믹스 재상장을 투명하게 처리해, 투자자 리스크와 생태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