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의 범위와 자격, 겸직 가능 여부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을 앞둔 가운데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관련 교육을 받은 실무자의 안전관리자 겸임 가능 범위를 건설·토목 업종에만 허용하고, 전기·소방·정보통신 등 전문건설업은 제외한 탓이다.
5일 고용노동부와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10월 안전관리자 선임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무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이 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안전관리자로 선임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안전관리 인력 확보 어려움과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면서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 이상)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두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것은 겸직 가능 예외를 인정받는 업종이 건설과 토목 분야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전문건설업계는 지난해 시행령 최초 제정 당시에도 예외 인정을 요구했지만 무산됐었다. 또 이번 개정안에서도 전기, 소방, 정보통신 등 전문건설업이 제외되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300건에 가까운 입법의견이 달렸으며 대부분 전문건설업계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한 입법의견은 “전기공사 기술자는 전기공사업법에 시공관리 책임자로 현장관리와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건축, 토목에만 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견에서도 “전기, 통신, 소방공사도 엄연히 한국표준산업분류에도 건설업에 해당되고 개별 법령에서 등급별 기술자인정제도도 운영 중인 만큼 동등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시공관리와 안전관리를 별도로 해야 하는 인건비 부담도 토로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전기공사는 건설과 기타 현장 등을 포함해 연간 약 2400명의 안전관리자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전문건설업계가 대부분 영세한 업체가 많고, 50억 이상 공사라고 하더라도 마진률은 2~3%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또 현장 안전관리자 수요가 늘면서 몸값도 크게 올랐는데, 영세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전기·정보통신 등 전문건설업종도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분야로, 전기공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안전관리자 선임은 오히려 현장 안전관리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기존보다 강화된 안전관리를 현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부는 안전관리자 교육을 올해까지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산업 현장 수요가 크다고 판단해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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