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전략 브랜드를 대상으로 부당한 계약 조건을 요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타 플랫폼 입점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조건을 내걸어 브랜드 사업 활동을 제한했다. 중소 패션 브랜드에게 '갑'으로 군림하는 패션 플랫폼 업계 관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자신문이 단독 입수한 무신사 '파트너십 협약서'는 무신사와 전략 브랜드가 입점 계약 외에 별도로 체결하는 협약이다. 협약에 따르면 전략 브랜드는 무신사로부터 성장지원금과 내·외부 홍보, 판매촉진 서비스 등을 지원 받는 대신 무신사에 독점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무신사는 협약서에 브랜드 유통 범위, 판매 조건 등을 제한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구체적으로 '판매처의 확인' 조항에서는 브랜드 국내외 온라인 판매처를 무신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존 판매처 유지 여부를 협의하는 것은 물론 만약 판매처를 추가 확대할 경우 사전에 무신사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유통 범위' 조항에서는 브랜드 판매처를 온라인 자사몰, 사전에 무신사와 합의한 판매처, 무신사 온라인 판매처 전부로 한정한다고 명시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여러 플랫폼에 입점해 자유롭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셈이다.
'브랜드의 역할 및 의무' 조항에는 최혜대우를 요구하는 조건이 삽입됐다. 브랜드 상품 매출이 무신사에게 집중될 수 있도록 판매 가격과 재고 공급 등에 있어 타 판매처보다 불리하지 않은 판매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타 판매처에 유리한 판매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신사와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협약에 따라 무신사가 전략 브랜드에 제공하는 혜택은 △파트너 성장지원금 지급 △홍보·판매 촉진(프로모션) 서비스 제공 등이다. 파트너 성장지원금은 제품 판매액 3% 수준이다. 프로모션의 경우 무신사 애플리케이션(앱) 내 배너, 세일·기획전 참여 등을 제공한다.
브랜드가 협약을 위반할 경우에는 거래 제한·정지까지 가능하다. 또 해지 귀책사유가 브랜드에 있을 경우 그간 지급 받은 파트너 성장지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패션 브랜드 업계에서는 전략 브랜드 계약이 일종의 족쇄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협약을 통해 성장하더라도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 받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A사 관계자는 “협의를 통해 해지할 수 있다고 해도 무신사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브랜드가 직접 해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통해 멀티호밍 제한(타 플랫폼 이용 직·간접 방해), 최혜대우 요구 등을 경쟁 제한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 준용되는 전략(단독) 브랜드 계약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편 무신사는 파트너십 협약이 브랜드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지원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협약 기간 전속계약은 타 플랫폼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장치”라며 “계약과 해지 모두 입점사의 자율적 의사를 통해 결정하며 무신사 외 판매 채널 역시 협의를 통해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