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여야 모두 집안싸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내부 갈등이 격화되면서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합의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당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의 희생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혁신위는 7일 예정된 최고위 회의에 안건 상정을 다시 요청할 계획이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우선 지도부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혁신위는 숙고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주장한다. 또 현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카드까지 꺼내들 기세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달 전으로 돌아가면, 큰 과제는 건전한 당정 관계였다. 그런 얘기는 하나도 없이 비대위 얘기가 나오니 당황스럽다”며 “혁신위가 본인들의 일, 역할과 달리 궤도를 이탈한 느낌이 든다”며 각을 세웠다.
야당 더불어민주당 역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의 탈당과 비이재명계(혁신계)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최후통첩으로 시끄럽다. 원칙과 상식은 당에 변화가 없으면 이달 중순 이후 거취를 결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도덕성과 당내 민주주의, 비전 정치 회복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로선 탈당에 선을 긋고 있으나 지도부 반응에 따라 갈라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강성 지지자들의 '수박' 공세가 훨씬 거세질 전망이다.
선거제 개편을 두고도 당내 내홍이 심화되고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놓고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도부가 총선 승리를 위해 기존 공약 대신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 등을 시사하면서 반발이 클 전망이다.
여야 모두 내부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작 정기국회 본연의 일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구성, 쟁점 법안 협상에 나서기로 했으나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기다리는 법안은 2180건(4일 기준)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국민과 민생을 위한 길이라면 민주당이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가급적 수용해서 민생과 국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예산안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주무장관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교체한 것을 두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렇게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경제위기, 민생 위기를 나몰라라 하는 정권은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