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수제 맥주제조기와 맞춤형 커피머신 사업화를 담당할 통합 사내독립기업(CIC)을 출범시켰다. 시장에 없던 혁신 제품을 뿌리 내리는 역할 역시 '도전 DNA'를 갖춘 사내 벤처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가 포터블 스크린, 식물생활가전 등 '취향가전' 생태계 확장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맛(Taste)'을 겨냥한 파격 실험이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최근 기존 수제 맥주제조기 'LG홈브루' 개발·사업화를 담당했던 CIC '마이비어랩'을 '마이 테이스트 컴퍼니'로 변경한 뒤 캡슐 커피머신 '듀오보' 사업까지 맡겼다.
마이비어랩은 2019년 세계 최초 수제 맥주제조기 'LG홈브루'를 개발한 뒤 꾸준히 제품 고도화에 나서며 LG전자 취향가전 사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LG전자는 지난 7월 캡슐형 커피머신 '듀오보' 출시 후 꾸준히 사업화 방향을 모색한 결과 H&A(생활가전·공조)사업본부가 개발한 듀오보를 CIC 마이 테스스트 컴퍼니에 맡기기로 했다. 두 제품 모두 고객 취향을 고려한 '맛'을 추구한다는 점, 시장에 없던 혁신 제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봤다.
LG전자 듀오보는 맛과 향이 다른 두 개의 캡슐을 동시에 사용해 나만의 블렌딩이 가능한 신개념 커피머신이다. LG홈브루 역시 맥즙과 효모, 홉오일, 플레이버(맥주향) 등을 취향에 맞게 조합해 수제 맥주를 만드는 만큼 큰 틀에서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 공통점이 많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과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객 접점을 꾸준히 가져가야 한다는 점도 통합 CIC 출범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는 마이 테이스트 컴퍼니를 활용해 LG 홈브루, 듀오보의 지속적인 성능 개선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까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가전사업에서 두 제품을 스마트코티지(모듈러 주택)와 함께 중점 품목으로 삼아 글로벌 사업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CIC가 가진 '도전 DNA'와 빠른 의사결정 등이 혁신 제품의 조속한 시장 안착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LG 홈브루, 듀오보 등은 초개인화되고 있는 가전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으로, LG 스탠바이미나 LG 틔운 등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취향가전 카테고리를 구성하고 있다. 취향가전의 성패가 지속적인 고객 접점을 유지하며 피드백을 제품에 녹이는 것인 만큼 전통적인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CIC를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홈브루나 듀오보는 그동안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 제품인 만큼 빠른 시장 안착을 위해선 민첩한 의사결정과 기민한 시장 대응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맛과 고객 취향을 만족시켜 준다는 공통 분모로 삼아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