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꺼낼 때 된 난방기구...멀티탭에 그냥 꽂아도 괜찮을까

11월 들어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서 난방기구를 꺼내야 할 시기라는 게 체감됐다. 창고에 보관하던 온풍기를 꺼내 쓰려는데, 무심코 다른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처럼 콘센트를 멀티탭에 꽂으려다 아차 싶었다. 매년 여름이면 에어컨 콘센트를 멀티탭에 연결했다 화재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는데, 전기로 따뜻한 열을 만드는 난방기구는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다.

가정용 온풍기 (출처 : 보만)
가정용 온풍기 (출처 : 보만)

그런데 에어컨을 멀티탭에 연결하지 말라는 말은 자주 들었어도 온풍기 이야기는 별로 들은 적이 없는 듯하다. 난방기구는 멀티탭에 연결해도 괜찮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품과 멀티탭에 따라 다르다. 에어컨은 안 되지만 선풍기는 되는 것처럼, 멀티탭에 꽂아도 무방한 제품과 가급적 멀티탭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제품이 나뉜다.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난방기구가 멀티탭에 꽂아도 괜찮을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멀티탭 사용 가능 여부...'소비전력'부터 확인해야

먼저 난방기구에 표기된 소비전력(W)을 확인하자. 소비전력은 해당 제품이 얼마나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의 소비전력은 모델명과 세부 정보가 표기된 작은 스티커에 명시돼 있다.

소비전력은 제품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난방기구는 발열 면적이 넓을수록 소비전력도 높아진다. 또한 열을 직접 전달하는 매트나 방석보다 공기를 데우는 히터의 소비전력이 더 높다. 소비전력이 너무 높은 제품을 멀티탭에 연결하면 정상 작동하지 않거나 화재가 날 수 있다.

전기방석과 파티션형 발난로 (출처 : 제이큐)
전기방석과 파티션형 발난로 (출처 : 제이큐)

전기방석은 비교적 좁은 면적을 직접 데우므로 소비전력이 매우 낮다. 1인용 전기방석의 소비전력은 50W대 이하며, USB나 보조배터리로 전원 공급이 가능한 제품의 소비전력은 10W 내외로 굉장히 낮다. 이런 제품은 멀티탭에 연결해도 전혀 부담 없다.

최근에는 사무실 책상 아래 발난로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품은 주변 공기를 데우기 때문에 비교적 소비전력이 높다. 제품에 따라 100W 정도인 경우도, 200W를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다소 소비전력이 높지만 이 정도는 멀티탭에 연결해도 무방하다.

전기장판 (출처 : 곰표한일)
전기장판 (출처 : 곰표한일)

전기장판이나 전기이불은 대부분 한 멀티탭에 연결하고 사용할 수 있다. 소비전력이 전기장판은 50~100W 정도, 그 위에 까는 전기이불은 150W 정도기 때문이다. 단, 온수매트는 물을 데워야 하므로 소비전력이 300W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멀티탭에 연결하려면 다른 고전력 가전제품과 함께 연결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스탠드형 히터 (출처 : BTMWAY)
스탠드형 히터 (출처 : BTMWAY)

스탠드형 히터나 석영관을 사용하는 난로의 소비전력은 수백 W가 기본이다. 작은 제품은 600W, 큰 제품은 800~1000W 이상 소비한다. 이런 난방기구는 멀티탭보다 벽면 콘센트에 연결하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멀티탭을 사용할 경우 다른 제품과 함께 연결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냉난방기를 보유한 가정도 있다. 겉보기엔 에어컨처럼 생겼는데 겨울에는 히터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이다. 냉난방기 소비전력은 평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소형 제품은 1000W대 중반,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대부분 2000W 이상이다. 이런 제품은 멀티탭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같은 제품군이라도 제조사와 모델, 설계 방식에 따라 소비전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사용하기 전에 제품 정보를 통해 미리 소비전력을 확인해야 한다.

멀티탭도 용량 있어...'허용전력' 확인해야

고전력 제품을 사용한다면 멀티탭 사양에도 신경 써야 한다 (출처 : Philips)
고전력 제품을 사용한다면 멀티탭 사양에도 신경 써야 한다 (출처 : Philips)

멀티탭을 단순히 벽면 콘센트의 연장선처럼 여기는 소비자가 많다. 하지만 멀티탭에도 용량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케이블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허용전력'이라고 부른다.

멀티탭에 연결한 제품들의 소비전력 총합이 허용전력을 넘으면 안 된다. 또한 소비전력이 멀티탭 허용전력의 절반을 넘는 제품은 연결하지 않는 게 좋다. 이론상 단일 제품을 연결할 때에는 제품의 소비전력이 허용전력을 넘지만 않으면 정상 작동하지만, 멀티탭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부품이 노후화되면서 실제 전송 가능한 전력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여유를 둬야 한다.​

보급형 멀티탭의 허용전력은 보통 1800W 정도며, 고급 제품일수록 허용전력이 오른다. 고용량 멀티탭 중에는 허용전력이 4000W에 달하는 제품도 있다. 소비전력이 낮은 전기방석이나 전기장판은 일반 멀티탭에 연결해도 무방하지만 다른 고전력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와 같은 멀티탭을 사용하는 건 피해야 한다.

고전력 난방기구는 벽면 콘센트에 단독으로 연결하는 게 좋다
고전력 난방기구는 벽면 콘센트에 단독으로 연결하는 게 좋다

소비전력이 높은 난방기구는 가급적 벽면 콘센트에 단독으로 연결하는 걸 권장한다. 벽면 콘센트는 허용전력이 높게 설계됐다. 콘센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류(A)와 전압(V)이 작게 표기돼 있는데,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벽면 콘센트에는 대부분 16A 220V라고 쓰여 있다. 전력은 전류와 전압을 곱한 값이므로 이 경우 벽면 콘센트의 허용전력은 3520W다. 간혹 에어컨이나 전자레인지 등 고전력 가전제품을 둘 만한 곳에 배치된 콘센트는 허용전력이 더 높은 경우도 있으므로 제품을 연결하기 전에 한 번쯤 확인해 보자.

그런데 사용 환경에 따라 콘센트까지 거리가 너무 멀면 부득이하게 멀티탭을 연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땐 허용전력이 난방기구 소비전력의 2배 이상인 고용량 멀티탭을 사용하되, 다른 제품 없이 해당 난방기구만 연결하는 게 좋다.

고용량 멀티탭 중에는 냉난방기용으로 분류된 제품도 있다. 허용전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과부하 방지와 누전 차단 설계가 적용됐다. 일부 제품은 내부에 퓨즈를 내장해 과부하 시 물리적으로 연결을 끊기도 한다. 이런 기능이 탑재된 멀티탭을 사용하면 혹시 모를 화재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