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믹스 개편을 통한 재생에너지 투자는 태양광 중심으로 이뤄지며 설비가 확대돼 왔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기존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들에 대한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철거 내지 재활용에 대한 논의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많은 설비용량을 차지하는 태양광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 호주, 독일, 미국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보급에 따른 사용 후 폐자원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처리와 재활용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부품은 반도체소자인 태양전지이다. 태양전지 최소단위를 셀이라고 하며, 태양광 패널은 약 15㎝크기인 셀이 연결된 형태로 프레임-유리밀봉재-태양전지-밀봉재-백시트-정션박스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태양광 패널은 태양전지 종류에 따라 크게 실리콘계, 화합물계, 유기계, 유·무기계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국내 시장의 90%는 결정질 실리콘계(c-Si)가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리콘계 태양광 폐패널의 경우, 프레임 및 정션박스 분리→유리 분리→밀봉재(EVA) 제거→태양전지(Solar cell) 내 금속 회수→백시트 분리 단계로 재활용 처리가 이뤄진다.
먼저 프레임 및 정션박스 분리 단계의 경우 물리적으로 제거 가능하며 별도 공정 없이 프레임 알루미늄을 재활용 및 재사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유리 분리 단계는 패널을 물리적으로 파쇄해 혼합분말에서 실리콘과 금속을 분리·회수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파쇄된 혼합분말에서는 고순도의 실리콘 회수가 어려워 파쇄되지 않은 판유리로 회수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밀봉재 제거 단계는 열처리를 통해 밀봉재만 제거하고 순도 높은 태양전지를 얻는 방법을 중심으로 연구 중이며, 열처리를 통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태양전지 내 금속회수 단계는 산처리를 통한 화학적 방법으로 실리콘(Si), 은(Ag) 등의 금속을 회수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며, 고순도의 금속을 높은 회수율로 얻기 위한 연구가 추진 중이다.
태양광 패널의 사용기한(20~25년) 만료, 발전설비의 사용 기간 만료, 리모델링 및 발전시설 폐쇄 등으로 폐패널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파손 및 효율 저하로 인해 조기 폐기(early-loss)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폐패널의 발생 시점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폐패널 예상 발생량은 2030년까지 최대 800만 톤, 2050년 기준으로 7,800만 톤이 누적 폐기될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아시아 최대 300만 톤, 유럽 최대 197만 톤, 미국 최대 100만 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태양광 패널의 약 8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는 폐패널 재활용을 위한 기술이 부족하고, 재사용과 재활용 분류 기준이 없이 일반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처리되고 있다. 중고 패널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폐기, 손상 또는 결함이 있는 태양광 패널은 기존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져 고부가가치 자원(은, 구리 및 실리콘) 또는 유해금속(납)에 대한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폐패널의 재활용은 소량의 실리콘, 구리 등 유가 물질에 집중되고 있으며,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체도 부족하고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재활용의 실익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 폐패널 재활용을 위한 기술 및 기준 등이 미비하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설치가 급속도록 확산 중이다. 하지만 태양광을 통한 진정한 친환경 기술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태양광 패널 설비 자체 역시 재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노력을 순환경제라는 이름 아래 추진 중에 있으며, 특정 순간이 되면 이를 의무화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크게 확산될 패태양광 설비 재활용 시장에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