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프리미엄 무장 中 TV, 삼성·LG '맹추격'

내년 세계 TV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삼성·LG를 향한 추격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업체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막대한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점유율을 끌어올린 상황이다. 올해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 확대와 운용체계(OS) 등 플랫폼 투자까지 확대하며 한국 TV 따라잡기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TCL과 하이센스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TV시장 침체 속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더 키웠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량을 조절하며 숨고르기하는 동안 막대한 물량공세로 중저가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TCL 98형 미니LED TV '98C955'(TCL 일본 홈페이지)
TCL 98형 미니LED TV '98C955'(TCL 일본 홈페이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TCL은 지난해 처음으로 출하량 기준 LG전자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 들어선 하이센스까지 3위로 치고 올라왔다. 3분기에는 글로벌 TV 시장 출하량 기준 상위 5개 기업 중 세 곳이 중국(TCL·하이센스·샤오미) 기업이다. 이들의 출하량 총합은 이미 한국(삼성전자·LG전자)을 넘어섰다.

내년에도 이 같은 양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TV시장 불황이 다소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LG도 생산량 증가가 예상된다. 꾸준히 공급을 늘려온 중국기업은 추가적인 생산량 확대보다는 경기회복 국면을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막대한 재고를 보유한 만큼 소진에 집중하는 동시에 수익성 확보에 돌입한다.

실제 최근 TCL은 한국에서 98형 4K UHD TV(TCL 98PL755)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할인가로 290만원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놓으며 삼성·LG가 주도하는 '대화면·고화질'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반기에도 TCL은 일본에서 800만원대 98형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선보인데 이어 유럽에서 400만원 대 98형 4K LCD TV를 판매했다.

TCL은 98형 대화면 TV뿐 아니라 미니 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 LED까지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어 내년에도 관련 신제품을 대거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LG전자 전시관에서 참관객들이 하이센스의 110형 ULED X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올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LG전자 전시관에서 참관객들이 하이센스의 110형 ULED X를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하이센스 역시 내년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최우선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 110형 미니 LED TV 신제품(110UX)다. 올 초 CES 2023에서 공개한 적 있는 110형 미니LED TV를 넘어서 4만개의 백라이트 영역과 1만니트 밝기를 장착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현존 미니LED TV 중 가장 크고 가장 선명하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3위로 올라선 하이센스는 올해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800만~900만원대 98형 미니 LED TV를 연이어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중국 TV업체들은 프리미엄 전략 일환으로 하드웨어(HW) 고도화뿐 아니라 플랫폼 영향력 확대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구글, 로큐 등 글로벌 TV OS와 자사 제품 연동을 넓히는 한편 자국 시장에선 자사 OS를 탑재해 다양한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중국 대형 TV업체인 TPV는 내년 1월 최초로 자체 OS인 '타이탄 OS'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 브랜드인 필립스TV뿐 아니라 삼성, LG처럼 다른 TV제조사 공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