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으로 꾸려지던 해외 경제사절단이 스타트업의 수출 지름길로 바뀌고 있다. 올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미국 워싱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 대통령 순방과 함께 진행된 경제사절단 일정에 다수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참여하면서 속속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최근 영국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했던 헬스테크 스타트업 디씨메디컬은 영국 펀드로부터 16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디씨메디컬은 해외 특허 기술을 이전받아 상업화해 새 의료제품 출시까지 연결하는 회사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에 등록된 의료 기술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계약을 맺고 시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선별, 기술 이전 이후 제품화 개발을 하고 있다.
영국 경제사절단 일정은 디씨메디컬에게 실질적인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였다. 사절단 일정 중 혁신 의료기술 개발 연구진, 영국 투자청 관계자 등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넓혔다.
최다브리엘 디씨메디컬 대표는 “영국 사절단 일정에서 현지 파트너사들이 우리가 상용화 중인 기술과 사업모델, 회사의 성장전략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봤다”라며 “글로벌 의료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경제사절단에서도 벤처기업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사우디와 카타르를 연이어 방문한 중동 경제사절단은 139개 기업·협회 중 절반인 70개사가 중소기업이었다.
숙박시설 예약 및 관리 운영 소프트웨어(SW)기업인 H20호스피탈리티는 사우디 홍해 프로젝트 공식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홍해 프로젝트는 40조원 규모의 초대형 사우디 국책 관광개발사업이다.
H20호스피탈리티는 지난 1월 UAE 경제사절단에도 참가, 중동에만 50개 이상 체인을 보유한 밀레니엄 호텔&리조트와 디지털 전환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첫 번째 호텔 디지털 전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은 물론 현지 대기업 총수들과 왕세자가 함께하는 조찬 모임이 큰 도움이 됐다”라며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한 번에 해결했다”라고 전했다.
UAE와 미국, 사우디까지 올해만 세 차례 경제사절단에 참가한 곳도 있다. 숙박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트립비토즈는 사우디 최대 여행기업인 알모세이퍼와 숙박 리조트 서비스질 개선을 위한 협의 중이다. UAE에서는 아부다비 관광청·투자청과 함께 미디어아트 등 아부다비 도심 인프라 개선 사업과 트립비토즈 유저들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제사절단 조직을 주도한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부의 비즈니스 외교 뒷받침과 함께 뉴 테크 중심의 변화를 도모하면서 벤처·스타트업 수출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융복합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강국 한국의 기술에 관심이 높다”며 “IT·SW 중소벤처기업의 경제사절단 참여 기회를 계속 늘리려 한다”라고 밝혔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