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장비를 몸에 부착한 채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검사하는 번거로움 없이 웹사이트에서 간단히 수면 질환 위험도를 파악할 방법이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수리 및 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의 김재경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팀이 주은연·최수정 삼성서울병원 교수팀, 김지현 이화여대 서울병원 교수팀과 세 가지 수면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 '슬립스(SLEEPS)'를 개발해 공개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동안 수면 질환 진단을 받기 위해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는 번거로움이 컸다.
슬립스는 약 5000명의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기계 학습으로 학습, 수면질환 위험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이다.
나이, 성별, 키, 체중, 최근 2주간의 수면 시 어려움, 수면 유지 어려움, 기상 시 어려움, 수면 패턴에 대한 만족도, 수면이 일상 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 간단한 9개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 만성불면증, 수면호흡장애, 수면호흡장애를 동반한 불면증의 위험도를 9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제1저자인 하석민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박사과정생(전 IBS의생명수학그룹 연구원)은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도 인공지능(AI) 기반 수면질환 검사 알고리즘을 개발한 바 있으나, 이 시스템은 목둘레, 혈압 등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항이 포함돼 사용이 까다로웠다”며 “하버드대 연구팀 시스템은 예측 정확도도 70%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슬립스 사이트에 접속해 누구나 수면질환 여부를 예측해볼 수 있다. 현재 본인 상태를 기준으로 몸무게 변화나 나이가 듦에 따른 수면질환 위험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김재경 IBS CI는 “수면질환 진단의 복잡한 과정을 줄인 만큼, 많은 사람이 슬립스를 통해 자신의 수면 건강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슬립스는 간편한 수면질환 자가검진 시스템”이라며 “향후 건강검진 항목에 AI 기반 자가 검진 시스템을 포함한다면 잠재적인 수면질환 환자들을 스크리닝해 수면질환이 원인인 수많은 질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립스 개발 성과는 지난 9월 의료건강분야 국제학술지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 저널'에 실린 바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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