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화석연료 퇴출' 빠진 합의문 초안…막판 진통 지속

인도의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일(현지시간) COP28 총회장에 올라와 플래카드를 들고 화석 연료 퇴출을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인도의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일(현지시간) COP28 총회장에 올라와 플래카드를 들고 화석 연료 퇴출을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빠지면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폐막을 앞둔 COP28의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공동선언문을 공유하면서 석탄·석유·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UAE의 초안에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을 3배 늘리는 방안, 배출가스 저감 장치 없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CCUS) 확충 등이 포함됐다. 재생에너지나 원자력, 탄소 저감·제거 등 탄소 배출이 없거나 낮은 기술을 가속한다거나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안도 제시됐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는 COP28의 가장 큰 쟁점이다. 미국과 EU, 도서국가들은 '단계적 퇴출'을 요구했으나 사우디 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강력히 반대하면서 맞붙었다. 특히 총회 초기부터 의장국인 UAE가 산유국이며 의장을 맡은 술탄 알 자베르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의 대표라는 점에서 산유국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당초 지난 9일 발표된 초안에서는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삭제됐다. 대신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 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두바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OP28 성공의 핵심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 필요성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운동가들과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도서국가들은 합의문 초안을 강력 비판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자신의 SNS에 “비굴한 초안”이라며 “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총회는 실패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나쁘다”고 평가했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측은 “사망증명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에 대한 강력한 약속이 제외된 합의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태평양 마샬군도의 존 실크 대표는 초안을 '사형선고'라고 평가하며 “조용히 물에 잠긴 무덤으로 가지 않겠다”며 초안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산유국들의 입김으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가 빠지면서 합의 또한 미뤄지고 있. 이미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은 공동선언문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장국인 UAE는 추가적인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COP 총회는 만장일치제로 198개 참가국의 동의를 받아야 최종 채택된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