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을 회복한 미니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이 내년 기지개를 켠다. 프리미엄 TV시장 진입을 노리는 중국 업체까지 미니LED TV 띄우기에 나서면서 2024년 글로벌 TV시장에서 주요 격전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미니LED TV 출하량은 621만대로 올해 대비 53%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800만~900만대로 예측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바짝 뒤쫓으며 주요 프리미엄 TV 부문으로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미니LED TV는 LED를 백라이트(광원)로 쓰는 액정표시장치(LCD) TV다. 이 중에서도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LED를 촘촘하게 배치해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미니LED TV 시장은 2021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네오QLED' 'QNED'를 출시하며 시장에 불을 지폈다. OLED TV의 가격, LCD TV의 화질 단점을 상당 부분 해소하며 기대를 모았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그해 글로벌 미니LED TV 출하량을 490만대까지 예상하며 급성장을 예견했다. 하지만 중국발 LCD 패널 가격 폭등으로 미니LED TV 가격 경쟁력이 크게 하락하면서 실제 출하량은 200만대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들어 LCD 패널 가격이 안정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까지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니LED TV가 재차 조명 받고 있다.
올해 글로벌 미니LED TV 출하량은 400만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100만대 이상 늘어난 규모로, 시장 형성기인 2021년과 비교해 2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이 시장을 가장 노리는 곳은 TCL, 하이센스 등 중국 TV 업계다. 중국 업체는 중저가 LCD TV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영역 진입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미니LED TV를 최선의 선택지로 본다. 특히 자국 LCD 생산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OLED TV 진입을 위한 교두보로도 삼을 수 있다.
이들은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삼성·LG가 주도하는 미니LED TV 시장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 TCL은 지난 7월 일본 시장에서 처음으로 800만원대(89만엔) 98형 미니LED TV(98C955)를 출시했다. 하이센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900만원대 100형 미니LED TV(100U7KAU)까지 내놨다. 가격은 모두 비슷한 크기 삼성·LG 제품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이센스는 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110형 미니LED TV 신제품(110UX)까지 공개를 예고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2024년형 신제품 출시 채비를 마치며 확대되는 수요에 대비한다. 삼성전자는 'QND90'이라는 모델명으로 55~85형까지 네오 QLED 신제품 전파인증을 획득했다. LG전자 역시 이달 들어 55~75형 2024년형 QNED 신제품 안전인증을 받으며 출시 채비를 마쳤다.
TV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가격 하락과 수요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등으로 미니 LED TV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초대형 TV 수요는 이어지고 있어 미니LED TV가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