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이차전지 전주기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에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생태계 활성화 전략 외에도 금융지원, 연구개발(R&D),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규제혁신 등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이 망라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 등 주요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는 “핵심광물 확보에서 사용 후 배터리 생태계 조성까지 규제·세제·금융·R&D 등 전폭적 지원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국내 이차전지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2028년까지 5년간 광물·소재·완제품 등 이차전지 산업 전 분야에 38조원 이상의 대출·보증·보험 등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수출입은행 '공급망 안정화 금융 프로그램'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미국 IRA 대응을 위한 북미 시설투자 시 대출한도 확대, 금리·보험료 인하 등을 지원한다. 올해 말까지 1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5000억원 규모 '공급망 대응펀드'도 조성한다.
초격차 확보를 위한 R&D도 중요한 한 축이다. 내년 시작되는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해 이차전지 관련 R&D에 내년에만 736억원이 투입된다.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는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전고체전지와 리튬메탈전지, 도심항공용 초경량 리튬황전지 개발에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한다.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 고성능 핵심소재 개발에 집중한다. 동시에 가격 경쟁력과 성능(200Wh/㎏ 이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도 추진한다.
이차전지 제조에 쓰이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력도 강화된다. 우리나라는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인조흑연 등 핵심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중국이 일부 광물 자원을 무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입 의존도를 줄일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광업권·조광권 취득을 위한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투자·취득액의 3%)를 도입한다. 또 2026년까지 새만금 국가산단에 2417억원을 투자해 핵심 광물 전용 비축기지를 짓는다. 정부는 2031년까지 리튬, 코발트 등 필수 광물 100일분을 이곳에 비축할 계획이다.
국내 이차전지 소재·셀 기업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혁신도 병행해 투자 애로를 해소할 방침이다. 이차전지를 특허법 시행령에 근거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해 심사기간을 현재 21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이차전지 제조공정에 특화된 위험물 안전기준 특례도 신설해 소방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차전지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 구독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국방, 항공, 해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차전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이차전지 산업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의 해외우려집단(FEOC) 세부지침 발표에 따른 배터리 공급망 재편이 시급한 현안인 시점에 종합적인 핵심광물 공급망 지원방안을 통해 배터리 업계 공급망 다변화와 내재화 노력이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협회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세부 지원방안이 신속하게 시행되도록 유관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차세대 기술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는 대전환 시기에 보다 공격적인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지배력 약화가 확정된 미래이고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상실해 역초격차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국내 배터리 3사 중 최소 하나가 5년 안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컨틴전시 플랜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