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상용소프트웨어(SW) 기업에 다수공급자계약(MAS) 제도 적용을 앞두고 SW 기업이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 SW 기업이 성장 제한을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국산 SW 가점 부여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년 간 연평균 매출이 800억원 이상인 중견 상용SW 기업은 내년 7월부터 MAS 제도를 적용받는다. MAS에서는 일정 기준을 통과해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 간 다시 경쟁을 벌인다.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제3자 단가계약(수의계약)과 달리 치열한 경쟁을 거친다.
현재 조달청에 등록된 상용SW 기업은 600여개로 이 가운데 중견기업은 티맥스소프트, 안랩, 더존비즈온, 한글과컴퓨터 4곳이다. 이들은 내년 7월부터 대기업, 외산 기업과 입찰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들은 수의계약 적용 때보다 제품 공급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경쟁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을 우려한다.
문제는 중소 SW기업이 MAS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머무르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더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세금혜택, 규제 등을 이유로 중견기업 편입을 회피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에 진입하면 80여개 혜택이 사라지고 규제는 20여개를 추가로 받는다. 지난 2019년 티맥스소프트가 중견기업에 편입된 이후로 상용SW에서 중견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제3자 단가계약이 아닌 MAS 제도를 적용받게 되면 중견기업으로 성장을 꺼리는 중소 SW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견기업 진입을 앞둔 매출 500억~800억원 사이 상용SW 기업은 총 15개다. 이들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려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견기업 편입을 피하는 방법은 의도적으로 매출을 감소시키거나 매출 분리를 위해 사업부를 분할하는 방식 등이다.
한 중소 SW 기업 대표는 “어설프게 중견으로 넘어가면 공공 사업에서 타격을 받는다”며 “차라리 회사를 쪼개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사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대표는 “아무리 기술력을 갖춰도 발주처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기업, 외산을 선호한다”며 “기업은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데, MAS 제도가 중소기업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MAS 적용을 되돌릴 순 없지만 입찰 평가 시 가격 비중을 최소화하고, 국산SW에 가점을 주는 등 보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달청은 2021년 말 '상용SW 제3자 단가계약 업무처리 기준'을 개정, 중견 상용SW 기업에 MAS 제도를 적용토록 했다. 적용은 2년 유예했다가 다시 6개월 늦췄다. 현재 가격 비중 등 세부 지침을 논의 중이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