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창립 이래 첫 글로벌 인수합병으로 유방암 AI 솔루션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를 2525억원에 인수한다. 미국 내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개 이상 암 검사센터에 솔루션을 공급한 볼파라의 현지 영업망, 누적 1억장 이상 보유한 방대한 유방촬영 이미지 데이터가 글로벌 초격차 의료AI 기업으로 올라서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1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사회에서 볼파라 인수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볼파라는 내년 상반기 중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 동의를 얻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 대표는 “루닛은 연간 30만건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학습하는데 볼파라는 누적 1억건 유방촬영 데이터에 연간 2000만건 이상 신규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어 그 어느 기업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볼파라는 지난 2009년 뉴질랜드에서 창업한 유방암 검진 특화 AI 플랫폼 기업이다.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돼 있으며, 전일 기준 시가총액은 1억9332만 호주달러(약 1672억원)다. 미국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솔루션을 공급했으며, 매출 96.5%가 미국에서 발생한다.
서 대표는 “볼파라는 병원과 장기 계약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독형태로 매출이 안정적이고, 총마진 91.6%로 수익구조가 좋다”면서 “이번 인수합병으로 미국 진출 시기를 2~3년 앞당기고 흑자전환 목표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로 2025년 최소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자신했다. 이익 측면에서는 볼파라가 올해 약 79억원 손실이 예상되지만 인수 후 시너지로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봤다.
서 대표는 “현재 루닛의 자율형 AI 정확도는 95~96% 수준이나 99.9%를 달성해야 AI 기반 암 위험 예측과 맞춤형 검진·치료가 가능해진다”면서 “볼파라의 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암 위험도가 높은 사람에 맞는 맞춤형 암 검진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암 검진 시대를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자금을 보유현금 외에 인수금융, 기관투자자 유치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달 유상증자로 확보한 2000억원 자금은 활용하지 않는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