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첫 개통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주요 역간 이동 시간은 매우 짧은데 비해 환승 시간이 지나치게 길 것으로 예측됐다. GTX 요금은 지하철보다 두 배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환승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환승 편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선하 공주대 교수팀은 디지털트윈 보행 시뮬레이션을 통해 GTX-B 여의도역을 대상으로 환승 시간 및 열차 혼잡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GTX는 지하 40m가 넘는 깊이에 구축된다. 지하철과 달리, 역사내 주 이동수단은 초속 2.5m/s의 고속엘리베이터다. GTX-B 노선은 아직 착공 전이지만 여의도역은 향후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신안산선을 환승할 수 있어 가장 혼잡한 역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GTX-B에서 내려 다른 지하철로 환승하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 20여대로는 승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해 길게는 4~5회까지 엘리베이터를 대기해야 했다. 이선하 교수팀이 GTX-B 예측 수요와 설치 기준 등을 종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GTX-B 여의도역의 환승 시간은 최대 11분 36초였으며, 이 중 엘리베이터 대기시간이 7분 22초나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GTX-B나 환승한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15~20분까지도 걸릴 수 있다. GTX 여의도~청량리역 간 운행시간인 9분보다 한참 더 많은 시간이 환승에 소요되는 셈이다.
환승 지연의 주원인은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 대기 공간에서의 혼잡도는 2.5인/㎡으로 서비스수준(LOS) F로 분석됐다. 특히 노선별로 배정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기 위해 승객 동선의 엇갈림 현상도 심해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심지어 GTX 차량의 출퇴근 시간대 혼잡율은 1일 100회 6량 차량 편성시, 808명 정원대비 942명이 승차해 189.9%로 김포골드라인 2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1일 132회로 운행 간격을 줄일 경우 152%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문제는 여의도역 뿐만 아니라 서울역·삼성역·청량리역 등 주요 GTX 역에서 모두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하 교수는 “디지털트윈 기반 보행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해 환승역에서 승객이 집중되지 않도록 노선 간 운행시간을 조정하고 엘리베이터 환승승객 비율을 고려해 운행 층을 유동적으로 배정해야 한다”면서 “플랫폼과 환승구간에서 위험지역을 사전에 파악하는 등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