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칸 일렉트릭은 정말 미친 차(crazy car)예요.”
독일 포르쉐 본사 인스트럭터는 '마칸 일렉트릭'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온·오프로드 시승을 통해 직접 체험한 마칸 일렉트릭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극한 주행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내는 또 하나의 포르쉐 스포츠카였다.
포르쉐가 타이칸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한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을 미리 만나기 위해 독일 라이프치히에 자리한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라이프치히 공장 바로 옆에 자리한 이곳은 차량 전시와 서킷 시승까지 가능한 복합 체험 시설이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량은 양산 전 테스트를 위한 마칸 일렉트릭의 프로토타입 모델이다. 인스트럭터는 서킷에서 온로드 체험을, 서킷 밖 험지에서 오프로드 체험을 도왔다.
먼저 서킷을 달렸다. 포뮬러원(F1) 설계자 헤르만 틸케가 설계한 라이프치히 주행 시험장은 세계적인 레이싱 서킷을 인용해 만들었다. 11개의 곡선 구간과 3.7㎞ 길이의 원형 서킷이 핵심이다. 인스트럭터는 달리는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차량을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서킷 내 출발 신호와 함께 차량은 매서운 속도로 튀어 나간다.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로 빠른 가속력이다. 포르쉐가 밝힌 마칸 일렉트릭의 최대 시스템 출력은 450㎾, 최대 토크는 102㎏·m 수준이다. 기존 내연기관 스포츠카 이상의 강력한 힘이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많은 감속이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코너를 탈출한다. 마치 드리프트를 하듯 차체가 미끄러지며 탈출과 동시에 이뤄지는 가속은 폭발적이다. 포르쉐는 전기 모터가 차체 뒤쪽에 위치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앞 48, 뒤 52의 비율로 무게 중심을 살짝 뒤쪽에 맞췄다. 사륜구동의 역동적인 토크 배분과 리어 액슬의 강력한 전기 모터는 곡선 구간에서 가속 시 민첩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인스트럭터는 “마칸 일렉트릭은 전형적인 포르쉐의 드라이빙 다이내믹과 정밀한 스티어링 감각을 갖췄다”며 “과격한 주행에도 출렁임이 적은 데 이는 새롭게 개발한 서스펜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마칸 일렉트릭은 전륜에 더블 위시본, 후륜에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최상위 모델에는 리어 액슬의 디퍼렌셜 록을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를 탑재한다.
서킷을 나와 오프로드 구간에 진입했다. 흙과 자갈, 물웅덩이와 가파른 언덕 등 험지로 구성한 비포장 도로다. 이곳에서는 마칸 일렉트릭의 탄탄한 뼈대와 하체를 체험할 수 있었다.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마칸 일렉트릭은 전자식 댐퍼 컨트롤을 통해 도로 상태에 따라 차체를 높이도록 지상고를 설정할 수 있다. 깊은 물웅덩이에 바퀴가 반 이상 잠겼지만, 차량은 어렵지 않게 험로를 탈출했다.
안정적인 주행 감각은 포르쉐가 아우디와 함께 개발한 새로운 플랫폼 프리미엄 플랫폼 일렉트릭(PPE)이 밑바탕이 됐다. 포르쉐는 마칸 일렉트릭에 전기차 기술력을 집약했다. 차체 하부에 100㎾h 배터리를 탑재하고 800V 기술로 최대 270㎾의 충전 용량을 확보했다.
시승 체험 이후에는 마칸 일렉트릭 개발을 담당한 엔지니어들의 기술 설명이 이어졌다. 핵심 변화 중 하나는 새로운 디지털 경험이다. 마칸 일렉트릭은 최대 3개 스크린을 제공한다. 12.6인치 풀 디지털과 독립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시야에 바로 앞에 위치한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풀 HD 화질의 고해상 10.9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다. 옵션으로 조수석 10.9인치 디스플레이도 마련했다.
포르쉐 모델 중 최초로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이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화살표와 같은 가상 요소는 현실 세계와 매끄럽게 통합된다. 커뮤니케이션 라이트를 적용한 앰비언트 라이트도 선보인다.
본격 양산을 앞두고 미리 만난 마칸 일렉트릭은 타이칸의 명성을 이을 새로운 전기차이자 스포츠카로 손색이 없었다. 라이프치히 공장이 생산할 마칸 일렉트릭은 내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순차 판매를 개시한다. 포르쉐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신차의 80%를 전기차로 채워 나갈 방침이다.
라이프치히(독일)=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