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과열 리퍼럴 마케팅에 온라인 쓰레기 눈덩이

네이버페이가 진행중인 '네이버페이x삼성페이', '누가 네이버페이 왕인가' 이벤트 안내.
네이버페이가 진행중인 '네이버페이x삼성페이', '누가 네이버페이 왕인가' 이벤트 안내.

빅테크 업체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즐겨 사용하는 리퍼럴(Referral) 마케팅이 대규모로 '온라인 쓰레기'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리퍼럴 마케팅은 일종의 추천인 제도로, 서비스 이용이나 상품 구매에 기여한 제3자에게 기업이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온라인 게시판에 광고 도배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x삼성페이 랜덤박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포인트 상금을 걸고 고객들로 하여금 이벤트링크를 커뮤니티,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진행 중인 다른 이벤트 역시 이용자가 게시한 링크를 타고 다른 이용자가 방문 시 친구가 받은 포인트의 50%가 적립되도록(최대 5만원) 설계했다.

더 많은 게시글을 작성하고 링크를 제출할수록 당첨확률이 높아지고 보상이 늘어나도록 설계한 탓에, 각종 대형 커뮤니티는 속칭 '네이버거지'(은어)들이 도배하는 광고글로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부 게시판 관리자들은 '네이버(NAVER)' 영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해 링크작성을 아예 금지했다.

네이버(NAVER)를 금칙어로 설정한 대형 커뮤니티 게시판.
네이버(NAVER)를 금칙어로 설정한 대형 커뮤니티 게시판.

앞서 지난 9월에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토스가 이와 유사한 이벤트를 벌이는 바람에 '토스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토스는 특정 링크를 클릭하면 고객과 누른 이 모두 무작위로 10~20원을 주는 '복주머니'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초기 대량 게시물을 도배한 이들의 경우 많게는 10만원까지 상금을 챙겨가기도 했다. 이에 반응한 고객들이 게시글과 댓글에 복주머니 링크를 도배하는 바람에 각종 커뮤니티와 SNS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업 입장에서 레퍼럴 마케팅은 적은 비용을 들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업이 직접 광고할 경우 직면할 수 있는 부정적인 인상을 일부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고객들이 도배하는 홍보글은 기업 전반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과도 노출로 인해 기반 서비스에 일반 고객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피로도가 지속될 경우 '양치기 소년' 사례처럼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광고는 무조건 스팸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

이들보다 앞서 등장한 '쿠팡거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리퍼럴 마케팅의 일종인 '쿠팡파트너스'가 출범하자 대형 카페나 커뮤니티에 광고글로 도배하는 이용자들이 쿠팡거지로 불리며 빈축을 샀다.

카페 및 사이트 운영자들이 지속적인 항의와 신고를 쿠팡 측에 접수하자, 쿠팡은 약관을 뜯어고쳐 허용받지 않은 사이트에서는 쿠팡파트너스 활동을 금지하도록 조치했다. 금지된 사이트에서 활동하다 적발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친구추천 이벤트는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며, 한시적인 연말 감사 이벤트인만큼 앞선 부정적 사례들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보상수준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상시 유지 이벤트들과 성격이 다르며, 네이버페이 활성 이용자가 많아 이벤트가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