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라는 개념은 이번 세기 초입에 유행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기존 격언과 더불어 지금까지 개인의 근면·성실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세간의 믿음과 달리, 이런 아침형 인간이 쉽게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실은 우리 몸 속 깊은 곳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누군가는 '혈통'에 힘입어 큰 노력 없이도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혈통은 우리 현생 인류와는 다른 종이자, 우리에게 밀려나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에서 비롯됐다는 재밌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토니 카프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시스코) 교수팀이 14일 '지놈 바이올로지 앤드 에볼루션'지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네안데르탈인과 또 다른 종, 데니소바인의 DNA를 현생 인류와 비교했다.
그 결과 밤과 낮의 생체리듬 관련 246개 유전자를 확인했고, 특히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네안데르탈인은 30만~35만년 전 지구에 등장했는데 우리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적도 지방에 머무는 동안, 그에 앞서 유럽과 아시아에 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뼈가 발견돼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생활환경의 지리적 차이가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유전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적도는 계절과 상관없이 낮과 밤 길이에 큰 변화가 없다. 반면에 네안데르탈인이 먼저 자리잡은 고위도 지역은 계절을 달리하며 낮과 밤 길이가 요동친다.
네안데르탈인은 자연스럽게 낮과 밤 시간대 변화에 민감해지고 적응도 빠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낮과 밤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생존에 직결된 문제기 때문이다.
뒤이어 아프리카에서 유럽, 아시아로 진출한 호모 사피엔스는 관련 유전자가 없었지만 네안데르탈인과 통혼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시간 적응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프리카에 계속 머무른 이들을 제외한 우리 현생 인류 대부분의 DNA에는 생각보다 많은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 박사에 따르면 2% 정도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라고 한다.
탈모, 비만, 당뇨 유전자가 바로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비롯됐다. 네안데르탈인은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섭취한 영양분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능력이 보다 뛰어났고, 이는 비만과 당뇨로 이어진다.
탈모는 현재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요소지만 따지고 보면, 열과 땀을 배출한다는 관점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우리 현생 인류에게 남겨진 이들 네안데르탈인의 특징들은 해당시기 생존을 위한 진화 결과물들이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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