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교원 역량 강화 예산이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안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학교 현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특별교부금 비율을 높이는 것이 교육 자치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교원 연수가 시급하다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
17일 국회와 교육부에 따르면 교부금법 개정안은 2024년 세입 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20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된다.
교부금법 개정은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마련됐다. 전국 모든 학교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역 격차 없이 전국 모든 교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를 진행해야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초등학교와 해당과목 중학교 교원은 전국적으로 34만명에 달한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 17인은 지난 8월 말, 재원 마련의 방안으로 교부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3%를 특별교부금으로 배분하는 비율을 2029년까지 6년 간 4%로 올리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추가로 확보된 특별교부금은 초중등 교원의 AI 기반 교수학습 역량 강화 사업과 AI 맞춤형 방과후학교 사업 등에 한정해 활용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이를 통해 디지털 기반 초·중등 공교육 혁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특별교부금 비율 상향은 지방교육 자치에 역행한다며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달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역시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소위위원들이 보완 요구를 하며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의장이 발의한 개정안임에도 야당 의원과 교육감들이 반대하며 처리가 늦어지는 사이, 학교현장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불과 1년여를 앞두고 있지만 교사들이 실제 인지하는 수준은 얼마되지 않는데다 50대 이상 교사들은 여전히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보다 한참 떨어지는 디지털역량 때문에 교권추락까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장은 “교육부가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발표했지만, 이를 실제 인지하고 있는 교사들은 30% 미만”이라면서 “50대 이상 교원들은 디지털 기기를 따라가느라 학생들과 소통도 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은 이제 스마트폰으로 영화도 만드는 수준인데, 학생과 교사의 디지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교과서도 활용 못하는 교사들이라고 무시당하고 교권추락까지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지역의 한 교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했다고 해도 이것으로 아예 교과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교사들도 연수에 목말라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국 교사들이 격차 없이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할 프로그램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새해는 2025년 세계 최초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면서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해야 할 전국 모든 교사들이 내년에 빠지지 않고 연수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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